6·10민주항쟁 34주년.."명예회복 기다린 분들 응어리 풀어드려야"
고 계훈제·김근태·강경대 등 민주주의 발전 유공자 29명 훈·포장
[경향신문]
1987년은 군사정권의 독재와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된 역사로 기록된다.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며 고문 사실을 은폐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시위 도중 백골단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사망한 ‘이한열 최루탄 피격’ 사건, 그리고 독재정권을 이어가기 위해 대통령 간선제를 고수하려 한 전두환 정권의 ‘4·13 호헌’ 조치까지. 5공화국 출범 직후부터 군사독재에 맞서 곳곳에서 민주화를 열망했던 민중들의 분노는 결국 폭발했고, 그해 6월 전국적인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다. 시민저항으로 시작된 ‘6월 민주항쟁’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안전부는 10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예정 부지인 옛 남영동 대공분실 앞에서 ‘제34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개최했다. 올해 기념식의 주제는 민주주의가 생활 곳곳에 펼쳐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민주주의 바람 되어, 역사에서 일상으로’라고 정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29명이 훈·포장과 표창 등 포상을 받았다. 4·19혁명을 계기로 군사정부에 반대하며 반독재·민주화 투쟁에 한평생을 바친 고 계훈제 선생,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청년연합·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등을 결성해 독재와 민주주의 억압에 저항한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유신정권’ 몰락의 기폭제가 된 ‘YH사건’ 당시 경찰 강제진압 과정에서 숨진 노동자 김경숙씨, 1991년 4월26일 총학생회장 석방 요구 시위 도중 전경의 폭력진압으로 숨진 명지대 1학년 강경대씨 등도 모란장이 추서됐다.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에 앞장선 고 고호석 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상임이사, 5·18민주화운동 당시 도청 앞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수감돼 옥중 단식투쟁을 벌이다 숨진 박관현씨, 유신 치하에서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요절한 김병곤 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부의장, 노동환경 개선 등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 고 박영진 노동운동가 등도 수훈자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 도시빈민 문제와 산업선교에 기여한 조지 에드워드 토드 미국 장로교회 목사 등 3명은 국민포장을, 대구 2·28민주운동 주역인 백진호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부회장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민주인권기념관 착공식도 함께 열렸다. 기념관이 들어서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은 김근태 고문 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민주인사에 대한 강압적 조사와 인권탄압이 자행됐던 곳으로 2005년부터 경찰청 인권센터로 사용돼 왔다. 기념관은 ‘역사를 마주하는 낮은 시선’이라는 주제로 기존 건물과 부지의 역사성을 살려 민주·인권을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2023년 6월 개관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기념사에서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죽음들이 있다. 아직도 국가폭력에 입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분들도 계신다”면서 “오랜 세월을 참고 견디며 완전한 명예회복의 날만을 기다린 분들의 응어리진 가슴을 이제는 풀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선임기자 sh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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