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색감으로..수채화처럼 경쾌하고 발랄하게"
[경향신문]
조성연·김성영씨 화상 인터뷰
바다괴물·인간 소녀 ‘우정’ 다뤄
영화 속처럼 이해와 공존의 작업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는 이탈리아 해변 마을이 배경이다. 맑은 햇살, 청량한 바다, 한적한 동네, 달콤한 젤라토…. 육지에 나오면 인간 모습을 갖추는 바다괴물 소년들과 인간 소녀의 우정과 모험이 펼쳐진다. 기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보다 한층 가볍고 밝다.
<루카>에 참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을 지난 9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픽사에 근무한 지 21년차인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10년차인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다. 실사 영화로 치면 마스터 라이터는 조명,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촬영에 해당한다.
조성연씨는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작은 도시를 상상하며 작업했다고 한다.
해당 지역과 비슷한 곳의 동영상을 찾아보고, 해가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는지도 연구했다.
<루카>의 시대적 배경이 1950~1960년대였기에, 그 당시의 바다가 얼마나 깨끗했는지도 따로 찾아봤다.
바다괴물과 그들이 사는 물속 세계를 창조하는 것은 <루카>의 핵심 테크닉 중 하나였다. 바다괴물들은 물이 마르면 곧바로 인간처럼 변신한다는 설정이기에, 비늘과 피부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다. 역시 바닷속 세계를 다룬 <도리를 찾아서>에도 참여한 적 있는 김성영씨는 “<도리를 찾아서>는 물의 색감이 조금 어두웠는데 <루카>는 그보다 경쾌하고 발랄한 색감”이라고 설명했다. 조씨 역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수채화를 그리는 듯한 느낌으로 가자고 제안했다”며 “여름 영화를 지향해 채도가 높다”고 말했다.
<루카>는 이질적인 정체성을 가진 두 종족이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미국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인 두 아티스트들의 느낌도 남다르다. 김씨는 “처음에는 아시아인 이민자로서 스스로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며 “<루카>에서도 보이듯, 스스로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커뮤니티에서도 완벽히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살면서 스스로를 조금씩 열어나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 할 수 있는 디즈니·픽사의 근무환경도 전했다. 많은 좋은 조직이 그러하듯, 그곳 역시 수직구조가 아닌 수평구조를 지향한다. 조씨는 “슈퍼바이저가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함께 논의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착해서 그런 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그렇게 일하도록 돼 있다”고 전했다. 슈퍼바이저도 고정직이 아니다. 작품에 따라 슈퍼바이저를 지원받고 인터뷰를 거쳐 선정된다. 슈퍼바이저와 팀원 역할을 번갈아 맡을 수 있도록 한다.
<루카>의 작업은 코로나19 상황이 극도로 좋지 않았던 지난해 진행됐다. 두 애니메이터 역시 대부분 재택근무로 작업했다. 작업을 마무리하며 진행한 파티도 각자 집에서 열었다. 디즈니·픽사는 각자 집으로 식재료를 보내준 뒤 이탈리아 요리사를 초청해 화상으로 요리 강의를 열었다. 직원들은 각자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며 회식했다고 한다. <루카>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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