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색감으로..수채화처럼 경쾌하고 발랄하게"

백승찬 기자 2021. 6. 1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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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루카'에 참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들

[경향신문]

애니메이션 <루카>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조성연·김성영씨 화상 인터뷰
바다괴물·인간 소녀 ‘우정’ 다뤄
영화 속처럼 이해와 공존의 작업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루카>는 이탈리아 해변 마을이 배경이다. 맑은 햇살, 청량한 바다, 한적한 동네, 달콤한 젤라토…. 육지에 나오면 인간 모습을 갖추는 바다괴물 소년들과 인간 소녀의 우정과 모험이 펼쳐진다. 기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보다 한층 가볍고 밝다.

<루카>에 참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을 지난 9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픽사에 근무한 지 21년차인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와 10년차인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다. 실사 영화로 치면 마스터 라이터는 조명,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촬영에 해당한다.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조성연씨는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작은 도시를 상상하며 작업했다고 한다.

해당 지역과 비슷한 곳의 동영상을 찾아보고, 해가 어디서 떠서 어디로 지는지도 연구했다.

<루카>의 시대적 배경이 1950~1960년대였기에, 그 당시의 바다가 얼마나 깨끗했는지도 따로 찾아봤다.

바다괴물과 그들이 사는 물속 세계를 창조하는 것은 <루카>의 핵심 테크닉 중 하나였다. 바다괴물들은 물이 마르면 곧바로 인간처럼 변신한다는 설정이기에, 비늘과 피부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했다. 역시 바닷속 세계를 다룬 <도리를 찾아서>에도 참여한 적 있는 김성영씨는 “<도리를 찾아서>는 물의 색감이 조금 어두웠는데 <루카>는 그보다 경쾌하고 발랄한 색감”이라고 설명했다. 조씨 역시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이 수채화를 그리는 듯한 느낌으로 가자고 제안했다”며 “여름 영화를 지향해 채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루카>는 이질적인 정체성을 가진 두 종족이 차츰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미국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인 두 아티스트들의 느낌도 남다르다. 김씨는 “처음에는 아시아인 이민자로서 스스로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며 “<루카>에서도 보이듯, 스스로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커뮤니티에서도 완벽히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살면서 스스로를 조금씩 열어나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 할 수 있는 디즈니·픽사의 근무환경도 전했다. 많은 좋은 조직이 그러하듯, 그곳 역시 수직구조가 아닌 수평구조를 지향한다. 조씨는 “슈퍼바이저가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함께 논의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람들이 착해서 그런 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그렇게 일하도록 돼 있다”고 전했다. 슈퍼바이저도 고정직이 아니다. 작품에 따라 슈퍼바이저를 지원받고 인터뷰를 거쳐 선정된다. 슈퍼바이저와 팀원 역할을 번갈아 맡을 수 있도록 한다.

<루카>의 작업은 코로나19 상황이 극도로 좋지 않았던 지난해 진행됐다. 두 애니메이터 역시 대부분 재택근무로 작업했다. 작업을 마무리하며 진행한 파티도 각자 집에서 열었다. 디즈니·픽사는 각자 집으로 식재료를 보내준 뒤 이탈리아 요리사를 초청해 화상으로 요리 강의를 열었다. 직원들은 각자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며 회식했다고 한다. <루카>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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