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나발니 단체 지원만 해도 징역형"..극단주의 단체 지정

윤기은 기자 2021. 6. 1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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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하원 선거 앞두고
야권 인사들 활동 '봉쇄'
정상회담 앞둔 미국 향해
"내정 논의 안 돼" 메시지

[경향신문]

러시아 법원이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사진) 주도로 반정부 운동을 이끈 단체들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오는 9월 국가두마(하원) 선거를 앞두고 야권 인사들의 정치활동을 막는 동시에 나발니 구금과 관련해 거센 비판을 해온 미국과의 정상회담 전 다시 한번 강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인테르팍스통신은 모스크바시 법원이 9일(현지시간) 나발니가 이끄는 반부패재단과 시민권보호재단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모스크바 검찰은 이 단체들이 “정부에 대해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허위정보를 퍼뜨려 사회불안을 조장했다”며 법원에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은 “나발니가 러시아 지도층 권력에 맞서 지난 수년간 쌓은 정치적 네트워크에 정부가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법은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된 곳에서 활동하거나 재정 지원을 한 사람에게 각각 최대 6년, 10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극단주의 단체와 연관된 게시글을 공유하거나, ‘좋아요’ 표시만 눌러도 처벌받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일 극단주의 단체 소속원의 공직 선거 출마를 5년 동안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야권 인사들의 선거 출마도 불투명해졌다.

반부패재단의 변호인단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수감 중인 나발니도 “부패 정부에서는 부패에 맞서는 투사들이 극단주의자로 내몰린다”며 “우리 목표와 지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1년 만들어진 반부패재단은 러시아 반정부 운동을 이끌어온 주요 단체다. 나발니가 구금돼 있는 상황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호화 리조트 소유와 관련한 탐사보도물을 유튜브에 공개하는 등 정부 고위 관료들의 비리 폭로 활동을 이어갔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판결이 “충격적”이라며 “러시아는 적게나마 남아 있는 독립 정치운동 세력을 범죄화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을 앞에 두고 푸틴 대통령이 “내정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이는 부패에 맞서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려는 사람들에게 내려진 또 하나의 카프카적인(부조리하고 암울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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