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상품만 팔아요"

글·사진 윤희일 선임기자 2021. 6. 1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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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미호동 탄소중립 지향 '넷제로 공판장' 가보니

[경향신문]

사회적협동조합인 ‘에너지전환해유’의 양흥모 이사장이 지난 3일 넷제로 공판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주민이 재배한 천연 수세미 제품. 윤희일 선임기자
천연 수세미·천연세제 소프넛·샴푸바·대나무 칫솔·고체 치약…
“소비 변화로 기후위기 대응”
5개 기관·단체 힘 합쳐 개설

‘두미영님의 천연 수세미’. 매대 바구니에 담겨 있는 수세미의 설명문을 보니 ‘세제 없이도 기름기가 잘 지워지는 천연 수세미. 수명이 다 되면 청소용으로 사용. 버릴 땐 화분이나 텃밭에 거름으로’라는 소박한 문구가 적혀 있다. 동네 주민인 두미영씨가 정성스럽게 재배한 천연 수세미 제품이다.

지난 3일 오전 대전 대덕구 미호동 ‘넷제로((Net-Zero)공판장’. 모든 상품, 모든 시설은 ‘넷제로’를 지향한다. ‘넷제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나무를 심거나 태양광·풍력발전 등을 활성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 즉 ‘탄소중립’을 뜻하는 말이다.

이 공판장에서 파는 물건은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 지구에 미치는 해를 최소화한 것들이다. 대부분의 포장지는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플라스틱·비닐 대신 종이봉투나 면주머니 등을 쓴다. 포장지가 필요 없는 경우에는 그냥 끈으로 묶은 상태로 팔기도 하고, 가루나 낱알로 된 상품은 용기를 가져오면 무게를 달아서 판매한다.

“천연세제인 소프넛(무환자의 열매)을 100g당 3500원에 팔고 있어요. 용기를 가지고 오면 담아드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요.”

넷제로 공판장을 운영하는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의 설명이다. 소프넛은 지금은 수입품을 팔고 있지만, 앞으로는 자체 생산을 하기로 하고 공판장 앞과 인근 동네 등에 20여그루의 무환자나무를 심었다. 소프넛은 무환자나무의 열매 껍질이다.

플라스틱 사용 최대한 억제
건물 태양광 설치 ‘전기 자립’
2층 도서관선 ‘친환경’ 홍보
주민이 재배한 식품 코너도

이곳에서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액체 샴푸는 팔지 않는다. 대신 장애인들이 제작한 고체샴푸(일명 샴푸바)만 종이에 싸서 판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다. 대나무칫솔, 고체치약 등 다른 곳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제품이 많다. 넷제로는 당연히 ‘전기 자립’을 지향한다. 현재는 건물 지붕 등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시설을 통해 3k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데 오는 9월까지는 12kWh로 생산량을 늘려 완전한 전기 자립을 실현할 예정이다. 넷제로 공판장에는 100여가구가 사는 미호동의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재배한 농산물과 직접 가공한 식품을 판매하는 코너도 있다.

공판장 앞에는 미니태양광 휴대폰 충전테이블, 자전거 주차 테이블(자전거를 세워놓고 그 위에서 차 등을 마실 수 있는 테이블) 등이 설치돼 있다.

공판장 2층에는 ‘넷제로도서관’이 꾸며져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책과 자료 등이 준비돼 있다. 이 공판장은 에너지전환해유, 미호동복지위원회, 대전충남녹색연합, (주)신성이앤에스, 대덕구 등 5개 기관·단체가 힘을 모아 지난달 13일 문을 열었다.

양 이사장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 의제가 아닌 일상의 영역임을 알려주고, 시민들과 함께 대응하기 위해 이런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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