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배를 국제법상 불법 여부 따지는 건 난센스"
"불법행위, 국내법 따라야"..'1심 재판장 탄핵' 청원 27만명
[경향신문]
현직 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하한 1심 판결에 대해 “식민지배를 국제법상으로 불법인지 따지는 건 난센스”라며 “일제 강제노역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는 국내법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황병하 광주고등법원장은 지난 9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가 7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닛산화학 등 16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을 각하한 판결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식민지배를 금지한 국제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일제의 강제징용 역시 국제법상으로 불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법리를 전개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황 법원장은 국제법이 ‘동등한 힘을 가진 국가 간의 관계를 상정해 만들어진 규범’이기 때문에 국제법을 기준으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따지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 법원장은 “힘으로 다른 나라를 합병하는 문제는 약육강식의 ‘사실’ 문제일 뿐이지 ‘규범’의 영역이 아닌 것”이라며 “그러니 그것이 ‘국제법상 불법’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황 법원장은 재판부가 당사국 사이에 이뤄진 조약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 국내법적 해석으로 뒤집을 경우 빈협약 제27조, 국제법상 ‘금반언 원칙(행위자가 일단 특정한 표시를 한 이상 나중에 그 표시를 부정하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반되므로 한일청구권협정을 따라야 한다는 재판부 논리에 대해서도 “일제시대 강제노역으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는 그 이론적 근거인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므로 국내법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법원장은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누구든, 어떤 사람을 강제로 데려다가 일을 시키고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 행위를 하면, 그것이 국내법이건 국제법이건 ‘법질서에 위반’된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국제법의 일종인 국제관습법에는 ‘법의 일반원칙’이 포함되고 ‘불법행위 법리’는 문명국가에 모두 적용되는 ‘법의 일반원칙’이므로, 국제법으로도 인정되는 규범”이라고 했다.
한편 이 사건 재판장을 탄핵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정부의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반국가, 반민족적 판결을 내린 김양호 판사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10일 오후까지 27만여명이 동의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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