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아들인데"..버스 탔던 부녀, 딸은 눈감아

양창희 2021. 6. 1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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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평온했던 초여름 오후 몇 초, 혹은 몇 미터 차이로 누군가는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고, 간발의 차로 비켜간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안전조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겪을 수 있는 재난이었습니다.

철거중이던 건물이 버스를 덮친 이번 사고로 늦둥이 외동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다 변을 당했고, 아들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놓고 일 나갔던 어머니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먼저 하루 아침에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사연, 양창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서진 버스.

60대의 한 어머니는 집 인근 식당에 일하러 가기 위해 이 버스에 올랐다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습니다.

이날은 아들의 생일날.

미역국 끓여놨으니 먹으라고 아들과 전화 통화한 게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조일현/유족 : "어머니가 이제 형님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밥 차려놨다고, 그렇게 전화를 하신 것 같더라고요."]

갑작스런 사고 소식을 듣고 건물 붕괴 현장에 달려왔던 어머니.

'내 아들이 아닐거'라며 애타게 찾았지만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외동아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사고 희생자 가운데 나이가 적은 17살 고교생 이모 군은 비대면 수업 일에 동아리 후배를 만나러 학교를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김정필/유족 : "조카도 외아들(이어서) 아버지는 저놈만 보고 살지. 저놈만 보고, 오직. 세상에 이런..."]

매몰된 버스는 부녀의 생사를 갈라놓았습니다.

버스 앞 자리에 앉은 아버지는 사고 직후 구조됐지만 버스 뒤쪽에 있다가 뒤늦게 구조된 딸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친구는 갑작스런 슬픈 소식에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고인 친구 : "항상 만나면 부모님 얘기 하면서, 어머니께서 이런 일 하시고 자기가 그래서 좀 더 잘해야 하는데 잘 도와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항상 죄송하다. 그런 얘기 하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가족 곁을 떠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합동분향소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

양창희 기자 (shar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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