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옥시, 제대로 된 배상 계획 밝혀라"

이희경 2021. 6. 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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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 546만개가 옥시제품.. 안전 내팽개치며 소비자 배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회원들과 피해자 가족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 주력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옥시의 영국본사 레킷(Reckitt)을 상대로 정부 인정 피해자에 대한 배상계획을 제시하라고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이들은 옥시가 2014년에 폐손상 피해만 인정했을 뿐 나머지 질환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옥시의 반성 없는 태도를 질타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등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옥시 레킷 한국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 본사 측의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옥시가 차지하는 위상과 사건의 전개 과정을 설명하며 옥시가 가해 기업으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피해구제법에 인정된 4114명 피해자 중 3518명이 옥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했으며 다른 제품과 중복 사용된 경우를 포함하면 옥시 제품 사용 피해인정자는 86%나 된다”면서 “피해 인정자 10명 중 8~9명은 옥시 피해자인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옥시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BKC라는 살균성분의 옥시싹싹제품 75만개를 팔았고, 영국 기업 레킷벤키저가 인수한 이후에는 훨씬 더 독성이 강한 PHMG로 성분이 바뀐 채 뉴가습기당번을 2011년까지 415만개나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전체 가습기살균제 판매량 998만개의 절반이 넘는 546만개가 옥시제품이었다고 피해자들은 강조했다.

2000년대 옥시가 주부들에게 인기 있는 생활화학제품 판매회사였지만 안전은 내팽개치며 소비자를 배반했다고 피해자들은 말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1994년 유공(현재 SK케미칼)이 먼저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하자 옥시가 복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공과 마찬가지로 옥시는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았다. 2001년 레킷벤키저가 인수해 살균성분을 BKC에서 PHMG로 바꾼 이후에도 제품안전확인절차 없이 시장에 제품이 출시됐다. 이후 2005년부터 매년 봄철 아이들이 급성호흡곤란 증세로 병원에 실려 가고, 사망에 이르는 이들이 반복됐지만 옥시는 제품 이상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후 2011년 8월 정부 역학조사로 가습기살균제가 호흡곤란 산모환자들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때 옥시가 처음으로 자신들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한 독성 확인 테스트를 서울대 수의과대학 조모 교수에게 의뢰했다. 피해자들은 “피해자들과 소비자들을 위한 확인이 아니라 지신들의 제품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서 “초기 실험에서 임신한 쥐가 죽어나가자 옥시는 임신한 쥐는 시험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고, 그렇게 조작된 결과가 나와 법원에 제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은 이런 시험조작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도 비난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옥시로부터 뇌물을 받고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관련 보고서를 유리하게 써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교수 사건과 관련, ‘허위보고서 작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들은 이날 “담배기업이나 환경오염기업의 요구대로 연구를 조작하고 공정하지 않은 보고서를 내는 교수나 전문가들을 ‘청부과학자’라고 한다”면서 “대법원은 소비자 수천 수만명을 죽인 살인제품의 독성확인을 조작한 기업의 요구대로 움직인 청부과학자의 행위를 범죄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가 해당 교수의 행위에 대해 연구진실성을 상당히 손상시켰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오는 8월31일이면 만 10년이 되지만 여전히 많은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은 “최근까지 4117명이 구제대상으로 인정됐지만 여전히 3000명이 넘는 불인정자가 있다”면서 “국회와 정부는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옥시는 2014년 폐손상 피해만 인정했을 뿐 천식과 폐렴, 간질성폐질환 등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배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지난달 영국 본사 레킷 사장에게 서한을 보내, 참사 10주기까지 최소한 한국 정부가 인정하는 모든 구제인정자들에 대한 배상계획을 제시하라고 요청했다”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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