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철거·해체 현장 사고 23건..정부는 '행정지도·교육'이 전부

강현석·박홍두 기자 2021. 6. 1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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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건설 노동자들 피해

[경향신문]

정세균 전 총리가 10일 오후 광주 동구청에 설치된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제주 서귀포시 중문 한 특급호텔 공사 현장에서 지하층 벽 해체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호텔 지하 2층 바닥 슬래브(상판) 보강작업을 하던 노동자들 위로 벽돌로 쌓은 벽이 무너져 내렸다. 노동자 1명이 붕괴된 벽돌 더미에 매몰됐다 구조됐지만 숨졌다.

당국이 밝힌 사고 원인은 안전부주의였다. 당초 호텔 측은 지하층 벽을 철거하기로 하고 벽과 연결된 철근을 모두 잘라냈다. 하지만 계획이 바뀌면서 노동자들이 절단한 철근을 붙이는 작업을 준비하던 중 벽이 무너진 것이다.

이 같은 안전부주의에 따른 사고는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9일 광주 동구 학동의 건물 철거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처럼 대부분 인재다.

경향신문이 10일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을 통해 확인한 자료를 보면 올해에만 전국의 토목과 건축 관련 철거·해체 현장에서 23건의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기 파주에서는 지난 4월 주택 건설공사 현장에서 비계 해체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3m 아래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그는 비계 해체작업을 하면서 안전고리를 착용하지 않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강원도의 교량 철거 현장에서도 인명사고가 났다.

지난 4월 화물차에 싣던 공사 자재가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노동자를 덮쳤다. 이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사망했다.

하지만 당국의 조치는 행정지도나 안전교육이 거의 전부다. 강원도 교량 철거 현장 사망사고 경우 현장을 방문, 행정지도를 하고 안전교육과 안전조치 강화를 요청한 게 전부다. 재발 방지책은 ‘관내 건설 현장에 안전사고 유의하라는 지시사항 전달’이 전부였다. 제주 서귀포 호텔 공사장 사망사고도 ‘작업 전 업무 현황(철근 절단 등의 내용) 파악 및 전달을 철저히 하고 사전 안전교육’이 대책으로 제시됐을 뿐이다.

건물 해체·붕괴 현장 사고 피해의 대부분은 건설 노동자들이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이 2019년 낸 ‘건축물 해체공사 관련 세부지침 마련 연구’ 논문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검토보고서 등을 보면 2015년부터 전국에서 발생한 주요 철거·해체 공사 현장 붕괴사고는 모두 15건이다. 이들 사고로 사망자 17명, 부상자 17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대부분 10층이 안 되는 중소 규모 건물의 해체·철거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하는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난 경우도 상당수였다.

2017년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의 ‘철거·해체 공사 중 붕괴 사례 분석’ 결과를 보면 일반 공사 현장에 비해 철거·해체 현장의 중대재해 피해 정도가 더 컸다. 1건당 재해 피해자 수 비율은 일반 중대재해 사건에 비해 철거·해체 관련 중대재해가 51.7% 높았다. 1건당 사망자 수 비율은 9.7%가량 높았다.

강현석·박홍두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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