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코앞서 도로통제 않고 마구잡이 철거 '후진국형 사고'
사전징후 알고도 작업자들 대처 미흡
"버스승강장 위치만 미리 옮겼더라도.."
감리업체 상주직원도 없어 관리 '구멍'
관할구청도 사전 점검 한차례도 안 해
안일한 대응에 대형 인명피해 못 막아
2년 전 잠원동 붕괴사고 때와 판박이
시민들 "공사장옆 불안해서 못다녀"
◆사전징후 알고도 작업자만 대피해 눈총
지난 9일 철거 건물이 무너질 당시 특이 소음이 나는 등 이상징후가 보였다. 당시 작업현장에 있던 굴착기 운전사 등 9명은 붕괴를 직감하고 곧바로 대피해 화를 면했다. 하지만 작업자들이 대피하면서 인도만 통제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분통을 사고 있다. 건물 붕괴 시 도로의 차량을 덮칠 수 있는데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아 대형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위험이 상존한 시내버스 승강장 위치를 옮기지 않아 결국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주민들은 “공사기간만이라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승강장을 잠시 옮겼더라면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건물 철거 당시 현장에 관리감독을 전담하는 감리업체 직원이 없었다. 재개발지구의 시공사인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감리업체는 비상주감리로 계약이 돼 있어 당시 현장에는 상주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상주냐, 비상주냐에 대한 문제는 철거계획서에 따라 공사가 이뤄진다”고 답했다.
건축 감리는 비상주감리와 상주감리로 나뉜다. 감리자가 상주하지 않는 비상주 감리는 공사 중 주요 공정 때만 현장에서 감리를 진행하고 평소에는 현장에 상주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비상주감리라 철거 당시 감리가 없는 게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해체작업의 위험도를 고려하면 현장에 감리자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감리 일지를 작성하고 보고하려면 위험하고 중요한 공정은 직접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도 건물 붕괴 전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한 사전점검 등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임택 광주 동구청장은 이날 상황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건물 철거계획 허가 이후 단 한 차례도 구청이 나서 자체적으로 현장 점검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현기 건축과장은 “사고 이전 여러 건물 철거과정에서 분진과 소음 등에 관한 민원이 3∼4차례 발생해 점검한 적은 있다”면서도 “현장 감리단이 있기 때문에 구청이 나서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거나 제거하기 위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고 필요성도 못 느꼈다”고 설명했다.
◆잠원동과 유사한 인재 재발
이번 철거 건물 붕괴 사고는 2년 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발생한 사고와 닮은 꼴이다. 2019년 7월 4일 오후 2시 23분쯤 잠원동에 있는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 철거작업 중 붕괴됐다. 현장 옆 왕복 4차로를 지나던 차량 3대가 무너진 건물 외벽에 깔렸다. 승용차에 타고 있던 여성은 매몰 약 4시간 만에 구조됐으나 숨졌고, 동승자 등 3명이 다쳤다. 피해자들은 결혼을 앞두고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길에 참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이종민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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