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완화적 통화정책 '당분간' 유지"..연말 인상 가능성 시사
"완화적 금융 지속, 주택 수요에 당분간 가계대출 높은 증가세 이어질 것"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기조 변경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내비쳤다. 수요 측 물가압력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사상 초치저 수준인 연 0.50%의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조하면서다. 이는 앞으로 3~6개월 동안은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빠르면 올해 말, 내년 초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1년 6월)'에서 "국내경제의 회복세가 강화되고 물가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코로나19 전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잠재해 있고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에 따라 당분간 현재의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문서를 통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명문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2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당분간'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같은날 공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당분간'이라는 단어가 담기지 않았다. 중앙은행 문구에서 '당분간'은 3~6개월 수준으로 통용되는 만큼 6개월 뒤인 11월~12월(5월 금통위 기준)에는 기준금리가 오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의 조기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0.5%로 낮은 수준인데 나중에 경기상황이나 금융안정과 물가 상황을 봐서 한 두번 올리게 된다고 하더라도 '긴축'이라고까지 봐야하느냐, 그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낮은 수준에서 소폭 점진적으로 올려가는 것을 긴축 기조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경기와 물가 상황이 빠르게 호전되고 금융불균형 측면에서 가계부채 누증과 자산시장 투자가 늘어나는 부분들을 종전보다 고려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금리인상시 (가계부채 등) 취약 부문에서 부담이 늘어날 것들은 다른 방법으로 보완을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한은은 통화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수요급감으로 물가 오름세가 상당폭 둔화된 데 따른 기저효과, 경제활동 제약 완화에 따른 수요 회복 및 일부 원자재의 공급 차질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고 봤다.
특히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
한은은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의 반응 및 파급 영향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부총재보도 "당초 전망보다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소비회복도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고 경기 상승 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빨라져 몇가지 (농축산물과 원자재 등 공급 요인의 영향) 요인들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자산가격 조정에도 위험선호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과도한 위험추구 및 레버리지 확대가 지속된다면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위험선호가 반전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위험선호 정도, 레버리지 상황, 주요 가격 변수의 움직임 그리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경제지표,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변화, 코로나19 추이 등 리스크 요인을 계속 주의 깊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불균형 위험 누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감을 드러냈다. 최근 주택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주식투자자금 수요 증가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가계부채 증가폭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완화적 금융여건 지속, 주택 매매 및 전세거래 관련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가계대출은 높은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므로 향후 통화정책 운용 시 금융불균형 위험 누적 가능성에 보다 유의하여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형기자 ybr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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