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한방건강 바로알기] 갱년기 안면홍조, 제대로 고치자

2021. 6. 1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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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前서울시장애인탁구협회장
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前서울시장애인탁구협회장

A(50)씨는 최근 산부인과 병동에서 진찰한 결과 자궁에 큰 살혹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고 담당의사는 자궁과 난소 제거를 권했다. 폐경 직전이기도 했지만 자궁암 등이 발병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을 듣고 바로 자궁 절제 수술을 했다. 그 이후 과도한 땀과 함께 자꾸만 얼굴이 달아오르는 등의 증상들이 나타났다. 처음엔 소심한 성격 탓에 부끄러워 얼굴이 자꾸 빨개지는 줄 알고 애꿎은 성격 탓만 하다가 안면 홍조 증세가 더욱 심해져 지인의 소개를 받고 내원했다.

A씨는 마른형에 보기에도 안면 홍조가 너무 심해 얼굴뿐만 아니라 목 부위부터 가슴까지 빨갰다. 폐경과 함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감소로 인해 안면 홍조 증상이 나타난 걸로 보고 심장의 화(火)를 꺼주는 청열지제(淸熱之濟)인 가미소요산(加味逍遙散) 계통의 처방을 쓰고 나서 증상이 많이 호전됐다.

폐경 전기와 폐경기, 그리고 폐경 후기에 가장 일반적이고 특징적인 증후는 얼굴에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안면 홍조와 발한 증상이다. 얼굴 피부가 장시간 동안 붉은 상태로 유지되는 홍반과는 달리, 안면홍조는 짧은 시간동안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 상태는 폐경을 경험하거나 자궁과 난소를 모두 제거한 여성의 대부분에서 관찰되고 있다.

폐경기가 되면 여성은 체내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하게 줄어 안면홍조를 비롯해 골다공증, 다한증, 우울증, 가슴 답답함, 기억력 감퇴 등 소위 갱년기 증상을 겪는다.

한방에서는 생리가 끝났을 때 나타나는 폐경기 증상을 혈허(血虛·피가 부족) 또는 음허(陰虛·몸 안의 수분이 부족)의 범주로 보고 치료를 한다. 말 그대로 신체 안의 피가 적어지면서 나타나는 병적 상태가 '혈허'이고, 이보다 더 진행돼 몸 안의 진액이 부족해져 발열 증상이 나타나는 병적 상태가 '음허'다.

혈허와 음허는 마치 자동차의 냉각수가 부족한 증상과 같다. 냉각수가 없으면 자동차에 불이 나듯이 우리 몸에 물이 부족하면 불의 기운이 왕성해져 얼굴로 열이 나고, 땀이 쭉 흐르고, 눈이 건조하고, 입이 마르고, 가슴이 두근두근하며 불안하고, 머리가 아프고, 잠이 안 오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처럼 안면홍조는 몸을 자양하는 수분인 피와 임파액, 그리고 호르몬을 비롯한 필수 영양분들이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노화 현상이라 하겠다.

여성의학과에서는 안면 홍조증상에 호르몬 대체요법을 많이 쓴다. 이는 증세를 일시적으로 완화시키기는 하나, 장기간 복용하면 고혈압, 뇌졸중, 유방암, 비만, 심장발작 등 부작용을 유발 할 수 있다.

반면 한방치료는 과열 증상을 식혀주기 위해 주로 몸 안의 진액을 보충시켜주는 처방을 주로 쓴다. 보혈(補血)의 대표방인 사물탕(四物湯)으로 피를 보태주고,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으로 신장의 수기(水氣)를 보충해서 상열감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치료법이다. 기(氣)가 허(虛)해서 자한(自汗)증상이 심할 때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을 처방하기도 한다.

평소 식이요법으로는 콩을 넉넉히 먹는 것도 좋다. 콩에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이소플라본이란 물질이 다량 들어있다. 콩 종류가 대체로 서늘한 성질로 해열작용을 가져 안면홍조 등 갱년기증후군의 여러 증세 치료에 효과적인데, 그 중에서도 쥐눈이콩(鼠目太, 서목태)이 '약콩'으로 불리며 많이 쓰이고 있다. 이소플라본의 함량이 다른 콩들보다도 월등히 높다.

석류나 서양승마(블랙코호시)에도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이 풍부해 갱년기 여성들에게 유익한 작용을 한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체내에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충분하면 이를 억제하는 작용을 각각 한다. 이를 호르몬 쌍향조절(雙向調節) 작용이라고 부른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뼈나 혈관에는 작용을 하지만 유방이나 자궁에 대한 자극은 없어 여성호르몬제와 같은 부작용이 없고 유방암 예방효과도 있다. 고추나 후추, 산초 등의 자극적인 음식은 발열작용을 하므로 갱년기의 다한증이나 상열감을 조장시킨다. 담백한 식사가 안면홍조 개선에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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