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이 쌓인 향긋한 커피가루, 한편의 풍경화가 되다
주로 빛·그림자 이용 '반사 시리즈' 선봬
작품 '대한제국의 꿈' 커피가루 활용 눈길
벽면 목재 패널에 가루 얹어 석조전 그려내
홍화·홍차잎으로 그린 드로잉作 흥미로워
빛 반사·그림자 활용 자기만의 세계 구축
자연의 신비 표현 '기여화광'도 놓쳐선 안돼
흔해빠진 광고 전단 비추는 평범한 조명
산의 실루엣 뒤로 변화하는 하늘빛 일품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에 위치한 성곡미술관에서 이 작가의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가 한창이다. 리플렉션 이미지 시리즈 작업을 해 온 2000년대 이후부터 최근작까지 아우르는 이 작가의 중간회고전이다. 입체, 설치, 드로잉 등 약 250점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후각이 강렬한 첫인상을, 작품에 다가갈수록 놀라움을 주는 ‘대한제국의 꿈’은 작가가 어떻게 작업한 것일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작가는 벽에 패널을 설치하고 덕수궁 석조전 풍경을 빔 프로젝트로 쏜 뒤에, 그 형태를 패널에 스케치했다. 스케치를 따라 곱게 분쇄된 커피가루를 조금씩 얹어나갔다. 실내조명 빛에 커피가루가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생긴다.
빛의 반사, 그림자를 이용하며 그는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그림자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빛의 반영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원래 물체가 반드시 존재한다. 원본의 세계와 그림자의 세계는 그에게 현실과 반영, 근원과 표면으로 대칭을 이루고 그는 자신의 이런 작품들을 ‘평행한 두 세계’라고 이름 붙였다.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 ‘기여화광’이 200여번이나 기록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기여화광은 하늘에 붉은 기운이 만연한 신비로운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선시대는 이처럼 기이한 현상이 곧 천재지변이나 성난 백성의 민심을 대신한다고 생각했다. 자연 현상을 인간사회와 연결해 해석하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한다. 산의 실루엣은 실제로 서울을 둘러싼 관악산, 인왕산, 북한산의 형태를 딴 것이라고 한다. 그는 “산의 실루엣 위로 변화하는 하늘빛과 매일 수도 없이 접하는 광고전단을 병치시켜 우리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창원의 평행한 두 세계는 매혹적인 빛으로 시선을 끌고, 기발한 방식을 들여다보게 한 뒤, 그 빛의 근원을 마주하게 한다. 그는 “우리 시대는 보이는 표면은 화려한 데 비해, 이게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 내부는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 현상의 실제 구조가 보이게, 또 사람들이 그 현상의 근원을 알고 싶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8월8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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