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기관 '적십자회' 선전한 北, 왜?

김민순 2021. 6. 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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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는 '0'명.

적십자회는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북한의 더 큰 목적은 당면한 코로나19 극복이다.

북한은 원래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ㆍ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통해 지난달까지 약 100만 명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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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10일 코로나19 방역 사업을 네 일 내 일이 따로 없이 서로 돕고 이끌면서 자신이 주체라는 확고한 관점으로 해나가라고 주문했다. 사진은 서성구역 방역 모습.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는 ‘0’명. 하지만 북한의 주장일 뿐이다. 여전히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감염병 파고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는 만큼,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매체들이 최근 열린 ‘조선적십자회 대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적십자회는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코로나19 방역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지렛대 삼아 대화 신호를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 9일 화상으로 진행된 적십자회 대회 소식을 보도했다. ‘2017~2020년 사업 총화(결산)’를 보고하는 자리였는데, 노동신문은 “적십자 및 적반월회 국제연맹, 적십자 국제위원회와의 긴밀한 협력과 조정을 강화해 전략적 목표 달성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보고자는 또 ‘10년 전략’을 강조하며 자연재해 대응과 기후변화, 생태환경보호사업 등을 과업으로 제시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10년 전략에 주목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10년짜리 전략 목표를 설정했다는 자체가 의미심장하다”고 했다. 기후변화 등 장기 과제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더 큰 목적은 당면한 코로나19 극복이다. 적십자회 대회를 연 시점만 봐도 그렇다. 북한은 원래 글로벌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ㆍ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통해 지난달까지 약 100만 명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백스 측이 접종 대상자 공개 등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코백스의 백신 제공 시점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백신 확보가 여의치 않은 점을 감안해 대회를 계기로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방역 협력 등 부수적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

나아가 국제사회와의 협력 강조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측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을 비난하면서도 ‘낮은 수준’ 비판에 그쳐 판 자체를 깨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큰 것을 주면 (대화에) 나선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백신 등 의료 지원을 시작으로 대북제재 완화 등 더 큰 선물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정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대회는 향후 적십자사 활동 방향을 정하는 정례 행사일 뿐”이라며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한 목적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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