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이야기꾼 싱어송라이터들의 노래를 뮤지컬로 둠칫둠칫

김광태 2021. 6. 10.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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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에디퍼펙트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퍼펙트 스타일
호러 코미디 '비틀쥬스' 만나 시너지
18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하데스타운-아나이스 미첼
2003년 커빌 포크페스티벌서 포크상
하데스타운 컨셉 앨범 발매하며 화제
8월 국내서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
유진과 유진-안예은
아동 성폭력 생존자 성장 그린 원작
안예은 서정성과 스토리텔링 합쳐져
19일 드림아트센터에서 첫 공연 선봬
하데스타운_오리지널 브로드웨이 ⓒMatthew Murphy
박혜나(페르세포네) ⓒ에스앤코
전수미(델리아) ⓒCJ ENM
정성화(비틀쥬스) CJ ENM
에디 퍼펙트 ⓒJohn Tsiavis
알렉스 브라이트만(ALEX BRIGHTMAN) ⓒMatthew Murphy

대중을 유혹하는 그들의 기술브로드웨이를 건너온 신작 두 편이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다. 2019년 제73회 토니 어워즈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나란히 올라 팽팽한 대결을 펼친 뮤지컬 '비틀쥬스'(6.18~8.8/세종문화회관 대극장)와 '하데스타운'(8월 개막/LG아트센터)이다. 두 작품 모두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두 뮤지컬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대중음악씬에서 자신의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가 작사·작곡을 맡았다는 것. 동명의 영화를 무대화한 뮤지컬 '비틀쥬스'의 음악은 호주 출신 싱어송라이터 겸 코미디언 에디 퍼펙트(1977~)에 의해 탄생했다. 팀 버튼의 환상세계로 관객을 초대하는 개성 넘치고 유쾌한 록스타일 넘버는 "원작에 대한 최고의 오마주"라는 찬사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하데스타운'은 아예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을 극화한 뮤지컬이다. 포크 가수이자 극작가로도 활동 중인 아나이스 미첼(1981~)이 대본까지 직접 완성했다.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은 포크록과 뉴올리언스 재즈가 섞인 독특한 음악 스타일로 호평받았다.

오는 6월 초연하는 한국 창작뮤지컬 한 편도 관객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유진과 유진'(6.19~8.22/드림아트센터 3관)은 싱어송라이터 안예은(1992~)이 작곡을 맡았다. '홍연' '상사화' 등 서사적 상상력이 풍부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안예은이 이번 작품으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다. 싱어송라이터의 개성이 묻어나는 세 편의 뮤지컬을 음악적 특징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뮤지컬과 싱어송라이터의 상부상조="최고의 복수는 성공이라지만, 에디 퍼펙트는 그 이상을 해냈다. 그가 작곡한 '비틀쥬스'로 콧대 높은 브로드웨이의 평론가들이 틀렸음을 입증했다."

'가디언'지는 에디 퍼펙트의 활약상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퍼펙트는 모국에선 잘 알려진 코미디 배우이자 작가였지만, 호주 반대편에 있는 브로드웨이에선 무명의 작곡가였다. 독학으로 작곡을 배운 그가 호주 뮤지컬 '킹콩'(2013)으로 브로드웨이에 상륙했을 때, 평론가들은 "에디 퍼펙트의 무명곡 모음곡" "호주에서 유래한 음울한 협주곡"이라며 낮잡아봤다.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퍼펙트의 스타일은 팀 버튼 원작의 호러 코미디 '비틀쥬스'(1988)와 만나 빛을 발했다. 영화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인간 퇴치 전문' 악령 비틀쥬스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내용이다. 퍼펙트는 익살스러운 가사로 비틀쥬스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또한, 비틀쥬스 내면의 여러 성격을 각기 다른 목소리로 표현하기 위해 오프닝 넘버에서 스카·레게·스윙재즈·헤비메탈 등의 장르를 한데 엮어내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결과는 예상치 못한 성공이었다. 4주간의 프리뷰 공연만으로 젊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음악과 함께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무대 세트, 유령들의 움직임을 마술처럼 담아낸 연출 기법, 거대한 퍼펫도 흥행 요인이었다.

'비틀쥬스'의 편곡과 오케스트레이션, 지휘를 도맡은 음악감독 크리스 쿠클에게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노래 안에서 캐릭터와 서사를 구축하는 퍼펙트의 작사·작곡 능력을 높이 샀다.

"싱어송라이터는 타고난 이야기꾼들이다. 이들의 음악과 이야기는 뮤지컬의 초석이 됐다. 제롬 컨(1885~1945), 어빙 벌린(1888~1989), 콜 포터(1891~1964), 리처드 로저스(1902~1979) 등 초창기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들은 당대에 가장 잘 나가는 대중음악 작곡가였다. 대중음악은 일정한 형식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싱어송라이터들은 주어진 틀을 가지고 작업하는 데 익숙하다. '비틀쥬스'의 인기 넘버 'Say My Name'을 보면, 처음 만난 리디아와 비틀쥬스가 함께 힘을 합쳐 복수를 계획하기까지 이 모든 일이 단 3분짜리 음악 안에 일어나야 한다! 에디 퍼펙트는 그걸 해냈다, 그것도 매우 유쾌하게."

현재 라이선스 공연 준비를 위해 한국을 찾은 크리스 쿠클 음악감독은 훌륭한 기량을 가진 캐스팅에 만족을 표했다. 또한, 라이선스 공연이 오케스트라 규모를 줄이는 데 비해, 이번 무대는 브로드웨이 오케스트라 음향을 그대로 재현할 예정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한 장의 앨범=2003년, 아나이스 미첼은 1972년부터 개최되어온 커빌 포크 페스티벌에서 뉴 포크상을 수상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의 앨범 '하데스타운'(2010)을 극화한 동명의 뮤지컬은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개막한 지 3개월 만에 그해 토니 어워즈 뮤지컬 15개 부문 중 14개에 노미네이트됐다.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음악상·편곡상 등 총 8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 역사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였던 미첼은 운전 중 불현듯 '하데스타운'의 수록곡 'Wait for Me'의 가사와 멜로디를 떠올렸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신화가 연상되는 내용이었다. '정해진 규칙은 바꿀 수 없다'는 지하 세계에 맞서는 오르페우스의 모습을 상상하자, 이 곡을 완성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렇게 만든 초창기 버전의 '하데스타운'으로 버몬트와 매사추세츠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2010년엔 '하데스타운'의 컨셉 앨범을 발매해 "포크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라는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의 꼴을 갖춘 것은 2012년 연출가 레이첼 채브킨이 합류하면서부터다. 채브킨이 연출한 송스루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을 감명 깊게 본 미첼이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당시 극작 경험이 없던 미첼을 뒷받침해준 사람도 채브킨이다. 작가이자 드라마투르그로서의 경험을 살려 조언해준 덕에, 익숙한 신화의 배경을 현대로 옮겨와 공감대를 넓힌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오프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이 꾸려지기까지 3년, 그리고 브로드웨이로 가기까지 또 3년이 걸렸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시작을 함께한 채브킨은 "이토록 독특한 스타일에 스토리텔링까지 완벽한 뮤지컬 음악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내가 맡았던 어떤 작품보다도 연출하기 어려웠다"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미첼은 작품에 가장 많은 영감을 준 대상으로 "자신이 아름다운 곡을 쓰면 돌처럼 딱딱한 심장도 감동시키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오르페우스"를 꼽았다. 팬데믹의 어둠이 여전히 걷히지 않은 시기, 불안과 의심 속에서도 구원과 희망을 노래하는 신작 뮤지컬을 한국어 공연으로 만나볼 기회다.

◇서사가 된 음악, 음악이 된 서사=안예은의 노래를 들으면 머릿속에 자동으로 이야기 한 편이 그려진다. 그는 영화나 만화처럼 상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곡하기를 즐긴다. 나아가, 최근 발매한 EP앨범 '섬으로'는 아예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배가 '출항'하기 전부터 '난파'될 때까지 모든 트랙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알아본 뮤지컬 '유진과 유진'의 제작진이 러브콜을 보냈다. 소문난 뮤지컬 마니아 안예은이 즉각 수락하며 이번 만남이 성사됐다.

동명의 원작 소설 '유진과 유진'은 아동 성폭력 생존자의 치유와 성장을 그린다. 유치원 원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동명이인 유진과 유진은 중학교에서 다시 만난다. 피해를 입은 기억을 잊고 살던 '작은유진'에게 '큰유진'이 당시 사건에 관해 물으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뮤지컬은 성인이 된 두 사람이 서로의 엄마를 맡아 역할극을 하면서 10대 시절을 회상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동 성폭력이라는 소재를 강조하기보다, 상처를 딛고 살아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낸다. 마냥 어둡지도, 그렇다고 밝지만도 않은 극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했다.

"청소년 문제를 어떻게 윤리적으로 다뤄야 할지 조심스러웠다. 흔히들 청소년들의 문제를 '아직 어려서 그렇다'고 치부한다.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려 보면 당사자에겐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는데도. 가사가 명랑한데, 음악까지 너무 밝으면 가볍게 비칠까 봐 일부러 어둡게 뺀 곡도 있다."

평소 다양한 대중매체에서 영감을 얻는 그이지만, 이번엔 오롯이 '대본'에만 충실했다. 심지어는 원작 소설도 다시 읽기를 자제했다. "다른 데서 영향을 받으면 안 될 것 같은" 조심스러운 마음에서다. 작곡 순서도 대본을 따랐다. 앞장부터 쭉 읽어내려가며 인물의 캐릭터보단 그 순간 인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15개 넘버는 2인조 라이브 밴드의 힘을 더해, 관객에게 치유와 위로를 전할 예정이다.

글=월간객석 박서정 기자·사진=CJ ENM, 에스앤코, 낭만바리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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