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껍질 벗기듯 드러나는 '軍 성범죄'.. 해법 없나

박수찬 2021. 6. 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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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면 까'식 상명하복 문화·폐쇄성 개선 없인 실효성 의문
軍, 민간 참여 수사심의위 가동 등
재발방지책 제시에도 공분 최고조
"온정주의 처벌 시스템 개선 급선무"
여야, 법사위 회의서 질타 쏟아내
피해자 보호·보고 절차 등 도마에
野 4당, 국정조사 요구서 등 제출
文대통령, 공참총장 전역안 재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 모 중사 분향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공군 여부사관 성추행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내 성비위 사건이 연일 화제다. 양파 껍질 벗기듯 드러나는 성범죄에 군을 향한 국민적 공분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국방부가 민간인이 참여한 군검찰 수사심의위까지 설치하는 등 재발방지 약속을 되풀이하고는 있으나 미덥지 않은 상황이다. 지켜보던 정치권에서 군사법원법 개정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정부와 민주당이 발의한 군사법원법 개정안 논의에 착수했다.

◆끊이지 않는 군 성폭력…군검찰에 수사심의위까지 가동

10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8일 군인 등 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국군수도병원 군무원 노모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통령 주치의 경력이 있는 노씨는 지난해 당시 여군 장교였던 A씨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7년 성추행 피해 뒤 국군수도병원에서 당시 신경과 과장이었던 노씨에게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A씨에게 노씨가 식사를 제안했고, 며칠 후 저녁을 먹은 뒤 만취 상태에서 집 안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중앙수사단도 9일 강원 모부대 대대장 B중령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 결과 피해자는 최소 3명으로 파악됐다.
충남 계룡대 정문 모습. 연합뉴스
군 관계자는 “50만명이 넘다 보니 군내 성관련 범죄가 수두룩하다”면서 “이를 일일이 다 공개할 경우 군 존립 기반이 허물어질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온정주의에 치우쳐 있는 처벌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확 뜯어고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여군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 군의 폐쇄성 등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강제추행과 은폐·회유 압박 등 2차 가해가 이뤄진 이 중사 사건은 이 같은 여러 원인이 뒤섞여 있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11일 민간인이 참여한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사상 처음으로 가동한다. 이 수사심의위에는 법조·학계, 시민단체, 언론 등 10여명의 민간전문가가 수사 과정에 참여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군이 민간 검찰과 유사한 수사심의위를 가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앞으로 수사심의위의 역할 범위를 전군 군검찰 수사로 확대할 필요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연합뉴스
심의위는 우선 성추행 피해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 사건에 대한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 적정성 및 공소 제기 여부 등을 심사한다. 하지만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번 사건의 처리에 공정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방장관 산하 성범죄 예방 및 대응 전담기구 설치 고려…문 대통령,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 전역 재가

여야는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군을 향한 질타를 쏟아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국방장관 산하로 설치해 운영하는 성범죄 예방 및 대응 전담기구(SAPRO)와 같은 조직을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이 2005년부터 설치한 국방장관 직속 성범죄 전담기구를 대폭 수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 질의에 “저희가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서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만들면 반드시 검토를 같이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정상화 공군참모차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 관련 긴급현안질의에 앞서 수사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미국의 전담기구는 독립적인 성범죄 관련 컨트롤타워로, 군 성범죄에 대한 기준 및 세부 전략을 제시하는 감독기구 성격을 가진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 발생 시점부터 최종 판결까지 전담해서 지원한다.

법사위는 이날 군사법원법 개정 관련 공청회를 열고 정부와 민주당이 발의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군내 성범죄가 군사법제도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비등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민의힘·정의당·국민의당·기본소득당은 이날 이번 사태와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와 ‘군 성폭력 및 사건은폐·무마·회유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 중사 사건의 책임을 지고 지난 7일 사의를 표한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전역안을 재가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국방부 감사 결과 참모총장으로서 사건 축소·은폐 지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추후 총장이 관여된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서 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찬·이도형·곽은산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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