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회담 앞두고 러, 나발니 단체 '극단주의' 규정

강지원 2021. 6. 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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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러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9일(현지시간) 러시아 법원이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세운 단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발니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는 러시아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이 16일 열리는 미러정상회담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내정 문제는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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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푸틴, 바이든에 '내정간섭 말라' 경고"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인권 문제 등 양국 간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정상회담에 나선다. AFP 연합뉴스

미ㆍ러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둔 9일(현지시간) 러시아 법원이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세운 단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발니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는 러시아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 법원은 나발니가 조직해 운영해온 ‘반부패재단’과 그 후신 '시민권리보호재단',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인 '나발니 본부'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이날 판결에 따라 러시아 당국은 재단을 폐쇄하고 재산을 압류했다. 나발니 본부의 활동도 일체 금지됐다. 10년 전 나발니가 조직한 재단은 그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왔다. 올 초에는 푸틴 대통령의 흑해 호화 휴양지 소유 의혹을 유튜브에 공개해 화제가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부정부패를 잇따라 폭로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2019년 6월 24일 모스크바 시 법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독극물 공격을 당하고 중태에 빠졌다가 살아나 1월 러시아로 귀국한 나발니는 2014년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공항에서 체포돼 3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나발니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부패가 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어 부패에 맞서는 투사들이 극단주의자로 내몰리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다. 이것이 우리 조국이며 우리에겐 다른 어떤 것도 없다”고 항소 의지를 밝혔다.

미국과 영국 정부도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러시아에 얼마 남지 않은 자주적 정치 움직임 중 하나에 불법 규정을 내렸다”면서 “러시아 국민은 다른 나라 국민과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 평화적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성명에서 “이는 부패에 맞서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려는 사람들에게 내려진 또 하나의 카프카적(부조리하고 암울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판결이 16일 열리는 미러정상회담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내정 문제는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메모리얼데이(미국의 현충일) 기념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나발니 탄압에 대한 문제제기 등을 의미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외신기자단과의 자리에서 “정치적 시스템에 대한 견해는 다를 수 있다”며 “우리(러시아)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인권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NYT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해킹 의혹, 지정학적 문제 등 양국 간 산적한 과제와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어디까지 압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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