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산림제국주의로 갈 것인가

김원준 2021. 6.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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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국주의를 싫어한다.

우리나라의 산림을 수확해 탄소흡수원을 확충하고 재조림을 통해 더 많은 공익적인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을 이루려는 산림청의 계획은 신(新)제국주의 프레임에 막혀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의 환경보호를 위해 열대국가의 목재만 사용하는 것은 산림제국주의적 발상이다.

열대지역 목재를 국산재로 대체해 가며 우리나라 산림에서 나무를 수확하는 일은 우리의 산림과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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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국주의를 싫어한다. 일본제국주의를 거치면서 엄청난 정신·경제·문화적 피해를 받았고, 그 상처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제국주의를 배척하는 이유는 모든 것을 자기 나라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원을 독점해 자국 국민들은 편리할 수 있어도 자원을 수탈당하는 국가는 착취와 피폐함만 남는다.

우리나라의 산림을 수확해 탄소흡수원을 확충하고 재조림을 통해 더 많은 공익적인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을 이루려는 산림청의 계획은 신(新)제국주의 프레임에 막혀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은 일본제국주의시대의 산림수탈과 6·25전쟁으로 황폐화된 산림을, 녹화를 통해 세계적으로 성공한 조림 성공국가로 공인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 목재자급률은 16%가량이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 소비하는 목재의 84%는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다. 대부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열대국가에서 수입된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열대지역의 산림도 우리 환경에서 중요하게 보존돼야 하는 자원이다. 우리의 환경보호를 위해 열대국가의 목재만 사용하는 것은 산림제국주의적 발상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 번영을 누려야 하는 이웃이다. 인류는 함께 번영해야 한다.

산림제국주의의 불편한 진실의 예는 유럽에서도 볼 수 있다. 지중해 지역에 코르크참나무 숲이 있다. 코르크참나무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분포하는 유일한 수목이다. 코르크를 벗겨서 포도주 병마개로 주로 활용한다. 이 참나무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의 지중해지역 산림 그리고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등의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와 접하는 지역의 산지에 분포한다.

포도주를 수확해 병에 보관하는 과정에서 양질의 포도주를 유통하려면 플라스틱 병마개보다는 코르크로 만든 병마개를 사용해야 한다. 여기에 사용되는 코르크는 대부분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생산한다. 이로 인해 북아프리카 국가는 심각한 코르크참나무 산림쇠퇴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100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분포 면적이 감소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국가는 코르크참나무 숲을 그대로 놔두고 있어 오히려 축적이 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들 아프리카 국가에 연구비를 내서 '왜 숲이 쇠퇴하고 있는지'를 연구하는 아이러니까지 연출하고 있다.

열대지역 목재를 국산재로 대체해 가며 우리나라 산림에서 나무를 수확하는 일은 우리의 산림과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멸종위기종이 있는 숲, 수자원함양 숲, 산림휴양 숲, 산림재해방지 숲 등은 잘 보전돼야 한다. 황폐화된 산림에 숲이 우거지고 이 숲은 커다란 공익적 기능을 하게 된다. 그 가치를 높이려면 수확도 필요하고, 관리도 필요하다.

우수영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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