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고집했던 '감사원 조사 의뢰' 하루 만에 후퇴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뢰하겠다고 10일 입장을 바꿨다. 국회의원 조사 권한이 없는데도 감사원에 전수조사 의뢰를 강행했으나 당 안팎에서 ‘꼼수’ 비판이 끊이지 않고 감사원도 ‘조사 불가’ 입장을 확정하면서다.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하루 만에 체면을 구긴 셈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은 102명의 소속 국회의원 부동산실태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감사원에 조사의뢰서까지 제출했으나 감사원이 이날 ‘조사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자 방향을 바꾼 것이다.
감사원은 국민의힘에 보낸 회신에서 “감사원법 제24조(감찰 사항) 제3항에서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에서 의뢰한 부동산 투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의원 전수조사는 실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도부는 전날 감사원에 전수조사를 의뢰한 직후 고심하는 기류가 강했다. 감사원법상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가 불가능한데 계속 고집을 부리면 전수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당 전략회의에서 감사원의 판단 결과를 보고 권익위에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석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권익위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제원 의원도 SNS에 “(감사원이) 정치권에서 의뢰하면 법에도 없는 일을 해주는 하청기관이냐”면서 “상식에서 벗어나면 꼼수로 비친다”고 지적했다. 당권 주자인 조경태·홍문표 의원도 전날 TV토론에서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진행된 김 권한대행의 초선 간담회에서도 부동산 전수조사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이 다수 나왔으며, 의원들의 모바일 채팅방에서도 의문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권익위 외에 의원들을 조사할 수 있는 대안 기관이 마땅치 않은 점도 입장 변화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나 외부의 별도 기구 등이 거론됐으나 제도적 한계가 있고, ‘꼼수’ 시선을 불식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통화에서 “기초적인 조사를 하려는 거라 권익위 조사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향후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처럼 일부 의원들의 출당·자진탈당 조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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