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원목값 감당못해"..가구값 올린 한샘, 석달만에 또 올렸다
가구 원자재 올 최대 63% 올라
철근·유연탄값도 줄줄이 폭등
주조·금형 등 뿌리산업 '타격'
中企는 엎친 데 덮쳐
내달 50인 미만도 '주 52시간'
최저임금 급등에 경영난 심화
"버티다 한계, 가격인상만 살길"
◆ 원자재發 물가상승 ◆
"뿌리산업 기업 대부분은 철과 주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우리도 원자재는 비싸졌지만 금형 가격은 제대로 못 받고 있어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인데, 다음달이면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도무지 말이 안 나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수출기업 삼중고'와 양상이 또 다르다. 수출기업 삼중고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원화 강세 등 세 가지가 원인이다. 원자재 가격 측면에선 비슷하지만 중소기업 삼중고는 인력 운용과 비용 등 기업 생존을 결정하는 기본 요소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기업 생사를 위협하는 문제다. 중소기업 삼중고는 다방면에서 기업 경영에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시멘트 업계는 협력업체들이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을 받아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근무시간이 단축됐고, 이에 따라 설비 보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는 통상 건설 업계 비수기인 동절기에 각종 설비를 보수한다. 하지만 짧아진 근무시간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으로 지난 동절기에 설비 보수를 모두 끝내지 못했다. 날씨가 따뜻해져 건설 업계 성수기가 시작됐지만 늘어진 설비 보수로 인해 시멘트가 제때 공급되지 못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작업 시간 단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인한 공사 현장의 작업 여건 변화 등으로 보수 기간이 늘어나 제조설비 가동 시간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 상승도 중소기업에 '악몽'으로 자리 잡았다. 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등 6개 기술 분야가 뿌리산업에 포함된다. 뿌리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철강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유통 가격은 지난 4월 말 110만원에서 지난달 21일 기준 130만원까지 상승했다.
금형 업체 관계자는 "금형의 경우 재료비 중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이고 주물 등 다른 뿌리산업 업계는 7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 폭등은 실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목재 가격 상승에 고민하던 가구 업계는 결국 가격 인상 버튼을 눌렀다.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크게 높아진 점도 플라스틱 활용이 많은 가정용·사무용 가구에 영향을 많이 줬다. 지난 3월 부엌·가정용 가구 제품 등의 가격을 올렸던 한샘은 지난 7일 불과 석 달 만에 추가 제품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침대 업계에선 에이스침대, 시몬스가 지난 4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8~15% 인상했다. 퍼시스그룹 브랜드인 일룸도 지난 1일 제품 가격을 평균 5.9% 올렸다.
시멘트 업계 역시 유연탄값 폭등에 따라 가격 인상을 요구할 태세다. 한국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평균단가는 유연탄 가격 상승 흐름과 반대로 2014년 6만8100원에서 2020년 6만900원으로 10.6% 하락했다.
시멘트 업계는 t당 약 8만1000원을 적정 가격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 가격이 올랐는데 가격을 올리는 건 당연하다"고 밝혔다.
레미콘 업계는 원자재가 아닌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레미콘 가격은 지난해 10월 기준 2009년 대비 10.5% 상승했지만, 레미콘 운반비는 무려 68.64% 늘어났다. 이는 협상된 기준 가격을 토대로 계산됐는데, 실제 거래되는 레미콘 가격은 이보다 낮게 형성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레미콘 차량 운전자들은 여전히 운반비를 올려달라고 하고 있다. 지난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는 청와대 분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레미콘 운송 차량에 대한 진입 규제(수급 조절)를 현상 유지해야 한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최근 공문을 통해 수도권 소재 100여 개 레미콘 업체에 "운반비를 전년 대비 15%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운반비를 올려준다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1분기 레미콘 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나빴는데, 이 상태에서 운반비만 오르고 가격은 그대로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조차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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