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다른데 기록이 같다? 독립운동인명사전 '표절·복붙' 의혹

장필수 2021. 6. 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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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 (이하 인명사전)에 실릴 원고에서 일부 집필자들이 비슷한 이력을 지닌 다른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똑같이 서술하거나 <독립유공자공훈록> (이하 공훈록)을 '복붙'(복사해 붙이기)해 독립기념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겨레> 보도로 일부 역사학자들이 인명사전 원고를 대필한 정황이 알려졌지만,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이 똑같이 기록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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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선' 등 다른 독립운동가인데 내용은 같아
보훈처 '공훈록' 복사 뒤 붙이기 한 집필자도 있어
민주당 김병욱 의원 "유공자와 국민에 죄짓는 것"
독립기념관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이하 인명사전)에 실릴 원고에서 일부 집필자들이 비슷한 이력을 지닌 다른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똑같이 서술하거나 <독립유공자공훈록>(이하 공훈록)을 ‘복붙’(복사해 붙이기)해 독립기념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겨레> 보도로 일부 역사학자들이 인명사전 원고를 대필한 정황이 알려졌지만,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이 똑같이 기록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관련기사: 독립운동인명사전 편찬 학자들, 남의 글로 ‘무늬만 집필’했다)

11일 <한겨레>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인명사전 원고 일부 등)를 보면, 2015년과 2016년 독립기념관이 ‘인명사전 원고 집필 용역 사업’을 통해 받은 원고 945건 가운데 일부 원고에서 ‘복사·붙여넣기’와 ‘표절’이 발견됐다.

독립기념관 직원인 김아무개씨가 2015년 작성한 ‘문학선’, ‘박창원’, ‘백문기’, ‘오은석’, ‘이상문’, ‘임헌근’, ‘조규홍’, ‘김현재’ 등 8건의 원고는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첫 줄에 나오는 ‘출생지’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이 똑같았다. 이들은 모두 1944년 인도네시아에서 결성된 ‘고려독립청년당’에서 활동한 이력으로 2011년 ‘건국포장’을 추서 받았지만, 8명의 독립운동가의 생애가 동일하게 서술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인명사전 편찬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원고 마감에 쫓겨서 (같은 업적이 있는) 사람들의 원고를 복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8건의 원고는 수정되지 않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발간한 공훈록의 내용을 그대로 긁어다 원고를 제출한 집필자도 있었다. 국민대 황아무개 교수는 2016년 ‘김종진’ 원고를 작성해 제출했는데, 본문 내용이 공훈록에 수록된 내용과 같았다.

‘복사·붙여넣기’와 ‘표절’ 의혹이 불거진 원고들에 대해 집필을 의뢰하고 검수한 뒤 독립기념관에 전달한 곳은 단국대 동양학연구원이다. 동양학연구원은 ‘인명사전 원고 집필 용역 사업’에 선정돼 2015년에는 1억4700여만원, 2016년에는 1억32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용역 사업을 잘 아는 한 역사학계 관계자는 “(용역 사업은) 애초에 정해진 기한에 완성하기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독립기념관 내부 직원들이 원고료를 받기 위해 ‘복사·붙여넣기’ 작업을 한 것이고, 동양학연구원은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김병욱 의원은 “이번에 발견된 부실한 원고의 내용은 독립유공자와 이를 읽게 될 우리 국민에게 두 번 죄를 짓는 것과 같다. 새로운 사료를 발굴하고 독립운동가의 명확한 행적을 잘 기술해 우리 국민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인명사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가기: [단독] 독립운동인명사전 편찬 학자들, 남의 글로 ‘무늬만 집필’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5531.html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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