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얼어붙은 한-일 관계, G7 회의서 접점 찾을까?

김지은 2021. 6. 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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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스가 모두 G7 정상회의 참석
문 대통령-스가 첫 대면 회동할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중국 청두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두/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에 첫 대면 회동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어붙은 채 2년 넘게 평행선을 달려온 양국 관계가 ‘역사 문제’로 꼬인 실타래를 풀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한·미·일 정상회의와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끊이지 않고 제기돼왔다. 주로 일본 언론발 보도였지만 한국 정부에서도 미묘하게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정상회의는 “현재로선 추진되는 일정이 없다”면서도 한-일 대화엔 “항상 열려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3국 간 다양한 소통과 협력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뭉뚱그려 요약하자면 3국 정상회의에 대해 ‘할 수 있으면 하고 싶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 외교가에서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한-일 정상 만남은 짧게라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1월 타이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에게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며 11분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 협의에서도 한·미·일 협력과 한-일 협력이 주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3국 협력에 매우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며, ‘한-일 간 기능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과거사 문제가 한-일 관계를 좀먹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해졌다. 과거사 문제와 실질 협력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 ‘투트랙(두 궤도) 정책’과 궤를 달리하는 발언은 아닌데, 한편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이 좀더 적극적으로 바뀌는 징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단체들과 첫 ‘위안부’ 민관협의회를 열거나 개별적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는 등 정체된 ’역사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및 2015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로 일단락된 두 문제와 관련해 한국 쪽이 전향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당장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날 개연성은 적다. 최근 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각하해 한국 정부가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1심 판결인 데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유효한 상황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계속 일본과 대화에 열려 있지만, 특별히 한-일 관계의 기류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대화에 “열린 태도”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일본 정부 반응은 신통찮다. G7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이 만나 대화를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일본 쪽은 상당히 소극적인 분위기다. 최근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당국자의 말을 따서 “역사 문제에 있어 한국으로부터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스가 총리가 대화에 나설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주요 7개국 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는 방안에 “아무런 준비도,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취임 뒤 대면으로 열리는 다자외교 무대에 처음 나서는 스가 총리가 풀어야 할 다른 우선 과제가 많다는 점도 한-일 관계 개선이 뒷순위로 밀리는 데 영향을 준다는 분석도 있다. 스가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지지를 끌어내야 하고, ‘중국 견제’라는 핵심 과제를 놓고 각국 정상들과 논의해야 한다. <마이니치신문>은 “외교 쪽에선 스가 총리가 다른 G7 정상들과의 만남으로 가득 차 있다는 반응”이라며 “한일 정상회담에 소극적”이라고 보도했다. 외무성 간부는 <요미우리신문>에 “두 정상이 만난다면, 말을 주고받는 정도”라고 예상했다. 두 정상이 영국에서 어떤 식으로 조우할지는 미지수지만, 만남이 이뤄진다면 2019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처음이다.

김지은 김소연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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