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엘리트의 산실 ENA 폐교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모니카 박 2021. 6. 1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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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A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45년에 개교한 소수 정예 고등 교육 기관인 '그랑제꼴(Grandes Écoles)' 중의 하나다.

 신분과 배경에 관계없이 공무원을 양성하겠다는 초기 설립 취지와는 달리 갈수록 권력 중심의 특권층 집단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많아지자,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의 모교인 ENA를 폐지하겠다고 4월 8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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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폐지에 대한 현지 반응 <1>

대통령 4명 배출한 국립행정학교 내년 폐지

고위 관직에 다양한 배경의 출신 필요

그들만의 리그의 문제는 현실을 모른다는 것

폐지라는 극단적 결정보다는 개선 이뤄져야

프랑스 대통령 4명을 배출한 에나(ENA, É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국립행정학교)가 내년에 해체된다. 이는 2019년부터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대의 사회 불평등 해소 촉구에 따른 결정이다.

ENA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지시로 1945년에 개교한 소수 정예 고등 교육 기관인 ‘그랑제꼴(Grandes Écoles)’ 중의 하나다. 신분과 배경에 관계없이 공무원을 양성하겠다는 초기 설립 취지와는 달리 갈수록 권력 중심의 특권층 집단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많아지자,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의 모교인 ENA를 폐지하겠다고 4월 8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ENA는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서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자크 시라크, 프랑수아 올랑드 4명의 대통령을 배출했고, 현재 장 카스텍스 국무총리, 전 에두아르 필리프 국무총리도 이곳 출신이다. 에나(ENA)와 모나크(monarque, 군주)를 합친 에나크(Énarque)라고 불리는 ENA 동문들이 정부 고위 관직에 독점하면서 그들만의 세상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이 꾸준히 이어졌고, 결국 폐지 결정을 하게 되었다.



◆ENA 학교 홈페이지 ©ENA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마크롱의 정치적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폐지 결정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곳 현지 반응은 어떨까? 각계각층에서 종사하고 있는 현지인으로부터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상경 계열 그랑제꼴 에섹(ESSEC, 고등경제 상업학교)을 졸업하고 현재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고 있는 로랑씨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ENA 폐지보다는 개선과 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유류세 인상 반대로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는 사회 불평등 해소 촉구 등 사회 경제적 문제로 확대되면서 시위가 격화되자, 마크롱 대통령은 결국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정치적 제스쳐에 불과합니다. 

공공서비스연구소(ISP)라는 이름의 다른 기관이 설립된다는데 어차피 똑같을 것입니다. 다른 이름으로 이러한 권력의 세속은 계속될 것입니다. 폐지보다는 개선 및 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ENA 폐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시민들이 겪고 있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노란 조끼 시위대를 그저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결정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ENA를 졸업하고 곧바로 고위 공무원이 된 그들은 안타깝게도 현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장 실무 경험이 없으니 현실을 모르죠. ENA의 문제점을 똑바로 직시하고 개선해 나가는 방향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ISP가 설립이 되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노란 조끼 시위를 잠재우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 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재 교사로 일하고 있는 자드씨는 ENA 폐지에 긍적적이었다.

"ENA 폐지에 찬성합니다. ENA 졸업하면 바로 정부 고위 관료가 되는 직행버스를 타는 것이죠. 사기업 경험, 현장 경험 없이 정해진 루트대로만 올라가기 때문에 현실은 모르죠. 시민들은 현실을 봐주기 바래요. 

또한, 주요 공직자들은 다양한 배경의 출신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일반 직장인, 노동자 중에서도 고위 관료가 될 수 있고, 다른 인종 중에서도 대통령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ENA 출신이 거의 고위 관료가 되고 있지요. 그랑제꼴은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의 발전에 필요한 기관이며 그랑제꼴 존재에 대해서는 찬성합니다. 하지만 ENA와 같이 그들만이 정부 고위 관직이 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반면, 현재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야스민씨는 ENA 폐지를 우려했다.

“제 동료 및 상사 중에서 ENA를 졸업한 이들이 있는데, 모교가 없어지게 생겼다며 다들 당황스러워합니다. 폴리테크닉(École Polytechnique)같은 다른 그랑제꼴도 많은데 ENA만 없앤다고 문제점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랑제꼴의 가장 큰 특징은 네트워크입니다. 사회에서 그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죠. 그랑제꼴이라는 특수 교육 기관의 존재가 평등을 저해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ENA를 졸업한 다수가 정부 고위 공직에 임명되고, 그것이 권력의 세습으로 자리 잡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ENA가 없어진다고 해도 다른 형태로 또 나타날 것입니다.”

ENA를 대체하겠다는 공공서비스연구소(ISP)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없다. 내년 해체가 확실시될 때까지 찬반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ENA는 내년에 성공적으로 폐지될 것인가? ENA는 국가의 우수한 인력 배출 교육 기관인가 권력 독점의 산실인가? 프랑스 사회는 ENA 폐지에 대해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프랑스 뇌이쉬르센 = 모니카 박 글로벌 리포터 gooddaypsy@gmail.com

■ 필자 소개

현 프리랜서 작가 

전 국제기구 근무

고려대 국제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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