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플랜B'는 어땠나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2021. 6. 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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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대한민국 대 스리랑카의 경기. 황희찬이 경기가 끝난 후 벤투 감독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1.6.9/정지윤 선임기자


한국축구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지난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경기에서 최약체로 평가받는 스리랑카를 5-0으로 완파,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되는 조 1위를 굳혔다.

스리랑카가 국내 대학팀 수준에도 떨어지는 전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기뻐할 만한 결과는 아니다. 다만 이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실험한 다양한 선수가 향후 최종예선과 본선 무대에서의 구상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벤투호 약점으로 지적되는 단조로운 전술 운영과 아킬레스건인 포지션에서 대안도 확인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6일 투르크메니스탄전 승리를 일군 베스트11 가운데 10명이나 바꿔 스리랑카전를 상대했다. 가장 시선을 끌었던 변화는 196㎝ 장신 김신욱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기용한 것이다. 좌우 날개에 송민규(포항)와 황희찬(라이프치히)가 포진했다. 그간 대표팀 공격을 이끌던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는 휴식을 취했다.

부상과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대표팀 부름을 받지 못한 김신욱은 2골을 넣어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김신욱은 조금 더 강한 팀을 상대하게 될 최종예선에서 두터운 수비벽을 무력화시킬 측면 크로스 전개를 마무리할 수 있는 ‘제공권’ 장악 카드로 필요성이 강조된 선수다.

2020시즌 K리그 MVP인 수비형 미드필더 손준호(산둥 타이산)의 엄청난 활동량과 빼어난 패싱 게임 능력도 재확인했다. 짧은 패스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던 벤투 감독은 기성용(서울)같은 패스 마스터의 부재 속에 빌드업 과정에서 롱패스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손준호가 경쟁력을 보여줬다. 모처럼 대표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은 손준호는 중원에서 좌우 빈공간을 향해 자유자재로 롱패스를 전달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전반 14분 김신욱, 전반 22분 이동경(울산)의 득점은 모두 수비 벽을 한방에 허문 손준호의 후방 롱패스가 시발점이었다.

대표팀에서 가장 약점으로 꼽히는 왼쪽 풀백 자리에 처음 뽑힌 이기제(수원 삼성)도 안정적인 기량으로 어필했다. 소속팀에서 기회가 줄어든 황희찬은 골을 넣으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대표팀을 이끌 차세대 동력으로 평가받는 ‘젊은 피’ 정상빈과 이동경도 A매치 데뷔골을 넣었고, 송민규는 A매치 첫 도움을 올리는 수확도 있었다. 벤투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만족감을 보이며 “대표팀에 들어오는 문은 늘 열려있다. 나이는 관계없다”고 강조했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플랜B라지만 김신욱, 손준호 등은 대표팀에는 꼭 필요한 선수들이라는게 확인됐다 이기제, 정상빈, 송민규 등 새 얼굴도 합격점을 줄 만했다”며 “축구는 단조로워질 수록 상대가 편해진다. (벤투호도)다양한 컬러의 선수를 활용함으로 전술 다양화도 갖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레바논과의 최종전을 남기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많다”며 총력전을 다짐했다. 스리랑카전에서 인상적이었던 선수들이 다시 선택받을지도 주목된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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