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사람들, 휴전 후에도 폭탄 곁에 둔 '아슬아슬한 삶'

김윤나영 기자 2021. 6. 10. 16: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불발탄 1200개 해체
첨단장비 없는 처리 담당자
사실상 맨손으로 제거 작업

[경향신문]

가자지구 남쪽 라파에 살던 와심 무하레브 일가족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새벽 자택에서 이스라엘 전투기의 폭격을 받았다. 지붕을 뚫고 들어온 미사일 공격에 생후 4개월 된 아이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8세인 조카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2분 뒤 이스라엘 전투기가 두 번째 미사일을 아이들 방에 떨어뜨렸다.

무하레브는 “대피하라는 경고도 없이 모든 일이 3분 만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행히 두 번째 미사일은 터지지 않았다. 이튿날 폭발물 처리반이 그의 집에서 불발탄을 제거해갔다.

알자지라방송은 9일 가자지구 내무부 소속의 폭발물 처리반이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주택가에 있는 불발탄 1200개를 해체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11일 전쟁’을 끝내고 휴전했지만, 가자지구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발탄에 마음 졸이고 있다.

폭발물 처리 담당자들은 사실상 맨손으로 위험한 불발탄을 제거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13년 동안 가자지구를 봉쇄하면서 불발탄 처리에 필요한 보호장비 진입까지 막았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내무부의 폭발물 처리반에서 일하는 모하메드 메크다드는 “보호조끼나 첨단장비가 없다”면서 “가정에서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장비만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8년 동안 폭발물 처리 책임자로 일한 아사드 알-알룰은 “출근하는 매일매일이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며 “어떤 실수는 인생에서 저지르는 마지막 실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자들이 시민을 위협하는 위험을 없애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한다”며 “폭발물 처리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순교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201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50일 전쟁’ 직후엔 불발탄 폭발로 가자지구 기술자 3명이 사망했다. 터키 국영통신사 아나돌루 에이전시는 “국제적십자위원회 같은 국제기구가 폭발물 제거 작업을 모니터링하고 가자지구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