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밝고 명랑한 게이, 많습니다" 90년대생 청량 퀴어물로 컴백(종합)[EN:인터뷰]

배효주 2021. 6. 10. 14: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조광수 감독
김조광수 감독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스틸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포스터

[뉴스엔 배효주 기자]

8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김조광수 감독. 그가 '90년대생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김조광수 감독은 6월 10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밝고 명랑한 퀴어영화를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메이드 인 루프탑'은 이별 1일차 ‘하늘’과 썸 1일차 ‘봉식’이 별다를 것 없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쿨하고! 힙하게! 밀당 연애를 시작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하이텐션 썸머 로맨스다. 김조광수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잡고, ‘자이언트 펭TV’의 메인 작가이자 배우로 활동 중인 염문경 작가가 각본으로 참여했다.

청량美 가득한 청춘들의 쿨하고 힙한 연애담은 물론, 기나긴 취준 생활과 ‘텅-장’, ‘플렉스’부터 ‘BJ’라는 직업까지 트렌디하면서도 현실 공감을 자극할 요소들이 가득한 MZ 세대의 취향 저격 무비.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폭주하는 악귀 ‘지청신’으로 존재감을 발산한 이홍내와 뮤지컬계의 스타 정휘가 열연한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조광수 감독은 "두 번째 장편영화 개봉이라 난 신인감독"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번 작업을 통해 제가 가진 여러 정체성 중에 '감독'이란 부분을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을 할 때 스스로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됐다. 영화를 자주 만들어야겠다"고 전했다.

발랄 로맨스로 돌아온 것에 대해 "90년대생 게이들이 '내 이야기도 영화로 만들어달라'고 제안을 해왔다"고 말한 김조광수 감독은 "90년대생 게이들은 다른 세대와 달리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이전 세대들은 3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게 삶을 짓누른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혹은 '내가 게이로 사는 것 때문에 언제까지 힘들어야 하나' 생각한다. 그러나 90년대생 게이들은 10대에 이미 그 고민을 정리한다. 그것이 이전 세대와 큰 차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많은 퀴어영화들이 정체성의 고민 때문에 무거워진 경향이 있다. 저는 원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 그래서 밝고 명랑한 퀴어영화를 해보고 싶었는데, 퀴어들의 삶이 녹록지 않으니까 밝고 명랑하게만은 만들기 어려웠다. 그러나 90년대 게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면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를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설명해 예비 관객의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외국에서도 제 영화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대한민국에 대해 '퀴어에 대한 차별이 심하고, 성소수자들이 살기 어려운 나라로만 생각했는데 당신 영화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색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며 "대한민국이 여전히 소수자 차별이 심한 건 사실이지만 1년 내내 그들이 울고불고 있는 건 아니다. 밝고 명랑한 성소수자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며, 그런 밝은 면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다음 영화는 퀴어판 '미생'이 될 것"이라고 말한 김조광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취준생을 다루긴 했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정규직이 되려고 하는 비정규직 미생 이야기를 퀴어 안에서 녹여보려 한다"고 귀띔했다.

주연배우 이홍내와 정휘에 대선 "원래부터 주목하고 있던 분들"이라며 "특히 이홍내는 방탄소년단 '컴백홈' 뮤직비디오에서 보고 어떤 작업을 해오는지 눈여겨보고 있었다. 정휘의 경우 제가 뮤지컬을 좋아하는데, '팬텀싱어'에 나와 알라딘 OST를 불렀을 때부터 '저 친구랑 같이 한 번 해보고 싶다' 생각했다. 뮤지컬을 하다보면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된다. 뮤지컬이나 공연 쪽 잔뼈가 굵은 배우이면 좋겠다 싶어서 정휘가 딱이다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나 이홍내는 시나리오를 구해서 보고선 먼저 '출연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고. 김조광수 감독은 "이홍내가 맡은 하늘 역은 사랑스러운 캐릭터라 반신반의했는데, 만나보니 미소가 정말 예쁘더라"며 연기 열정을 귀띔했다.

또한 김조광수 감독은 "우리 영화가 90년대 게이의 삶과 청춘에 대한 작품인 만큼 두 배우 다 90년대 생이었기 때문에 캐스팅했고, 결과적으로 배우들에게 고맙단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생충'으로 전 세계가 놀란 연기력을 보여준 이정은이 존재 자체만으로도 미스터리한 아우라를 풍기는 '순자' 로 분해 극에 활력을 더하고,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한다. 이정은의 우정출연에 대해 김조광수 감독은 "한양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다. 제가 군대에 다녀오고 복학했을 때 그 친구가 신입생이었으니 30년이 훌쩍 넘은 사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조광수 감독은 "제가 제작한 영화 '와니와 준하'가 이정은의 첫 출연작"이라며 "학교 다닐 때부터 연기를 잘하는 친구였다. 언젠가 내 영화에 이정은을 꼭 출연시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개런티 때문에 독립영화에 선뜻 출연해달라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경우 '이정은 아니면 누가 이 역할을 하나' 싶어서 말했더니, 흔쾌히 출연해주기로 했다. 독립영화인 만큼 노개린터로 출연해줘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제 주변엔 밝고 명랑한 게이 캐릭터가 많다"는 김조광수 감독. 그는 "제 세대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폭넓지가 않았다. 그래서 빨리 깨닫지도 못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오래 걸렸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성소수자가 뭔지 10대 이전에 이미 알고 있고, 본인이 그렇다는 것도 빨리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90년대생 게이들은 '나의 정체성이 내 앞길을 막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이어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이와 같은 자신감을 가져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이른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나왔을 때, 그게 이성애자들이 가는 클럽이었다면 '이성애자 클럽'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붙지 않았을 것"이라며 "성소수자들에 딱지를 붙이는 것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인 것 같다. 또 차별금지법이 폐기되면서 지금까지 제정되지 않고 있는데, 그런 것만 봐도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드라마 '마인' 등 동성애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몇 달 전 SBS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특선영화로 방영하며 동성간 키스신을 삭제하고 내보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해 "동성간 키스를 공중파에서 보여줄 수 없다고 하는 게 차별인데, 그게 차별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지레 겁먹는 거 같다. 대단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겁낼 필요가 있을까 싶다"고도 전했다.

또한 김조광수 감독은 "사람들이 제게 '두려움 없이 사는 것이 부럽다'고 하는데 저도 두려움이 많다. 낙천적인 캐릭터여서 극복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메이드 인 루프탑'은 오는 23일 개봉한다.(사진=엣나인필름)

뉴스엔 배효주 hyo@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