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이나정 감독이 밝힌 상위 1% 제작기 "젊은 작가들과 새로운 시도"
눈 뗄 수 없는 효원家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마인(Mine)’(극본 백미경/ 연출 이나정/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제이에스픽쳐스)은 상위 1%의 상류층의 모습을 높은 단계로 구축해 몰입감을 자랑하고 있다. 어떻게 탄생했을지 연출을 맡은 이나정 감독이 직접 상당한 시간을 쏟은 제작기를 공개했다.
이나정 감독은 “‘마인’은 등장인물들도 많고 모두 개성이 넘친다. 장르적으로도 블랙코미디와 미스터리, 휴먼을 넘나들고 배경은 상위 1%의 모습을 그린다. 그만큼 볼거리가 다양하되 식상하거나 산만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주얼 프리 프로덕션팀을 만들어 4개월 정도 준비했다. 2021년의 상류층은 어떤 건축물을 좋아하고 어떤 것들을 쓰고 입고 먹는지 충분히 조사하고 만들고 싶은 이미지와 방향성을 분명히 정했다. ‘고급스러움’에 대한 기준도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비움과 채움을 확실하게 선택하면서 상류층의 실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이러한 디테일한 방향성을 가지고 촬영, 조명, 세트, 음악, 장소, 소품 등 모든 면에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며 그 초석이 된 전체적인 콘셉트를 전했다.
또한 ‘마인’은 실제로도 상당한 가치가 있는 그림들이 곳곳에 배치됐을 정도로 드라마 속 예술의 가치를 확장시킨 바, 그 과정엔 몇 가지 원칙이 존재했다고. 먼저 “첫 번째는 ‘실제 그림과 같은 크기, 같은 색감을 구현하여 작품을 건다’였다”며 “기존 드라마는 실제 그림의 크기와 세트장에 걸리는 크기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실제 상류층이 그림을 구매하고 그걸 집에 걸어놓는 경험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리얼리티라고 생각했고 ‘마인’에선 실제 작품을 똑같이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고 고증에 신경썼음을 알게 했다. “서희수(이보영 분)가 사는 ‘루바토’ 1층엔 미술품 보험 등을 들어 모두 진품을 걸었고, 정서현(김서형 분)이 사는 ‘카덴차’엔 일일이 실제 화가들의 동의를 구해 크기가 같은 가품을 걸었다(가품은 촬영 후 폐기 된다). ‘카덴차’ 다이닝 홀에 있는 김수영 작가의 대형 그림 같은 경우는 특수 프린팅을 했고 조각품들도 특수 운송을 통해 조심히 다루어졌다”고 알렸다.
두 번째는 “‘캐릭터가 실제로 구매해 걸 만한 작품이 무엇일지 캐릭터에 맞게 배치한다’였다”며 “서희수는 부드럽고 따뜻한 색과 느낌의 조각품들을 많이 살 것 같았다. 곡선과 부드러운 색감이 돋보이는 노기쁨 작가의 작품이나 토템처럼 보이는 둥글고 작은 돌들을 얹은 이헌정 작가의 조각품, 실제 고요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그린 오병욱 작가의 작품 등을 활용했다”고 답했다. “‘루바토’ 거실에서 두 엄마 서희수, 강자경(옥자연 분)이나 서희수 부부가 싸울 때 항상 뒤쪽에서 컬러풀한 사슴이 지켜보고 있다. 실제 멸종위기 동물을 그린 고상우 작가의 의미있는 작품은 마음이 맑은 서희수가 기분 좋게 구매했으리라 여겼다. 구체적으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두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수호신으로 많이 표현되는 사슴을 그린 이 작품이 의미있다고 생각했다”는 비하인드로 더욱 흥미를 돋웠다.
정서현에 대해서는 “직업이 갤러리 대표인 만큼 무채색 동양화와 과감한 색감의 팝아트 등을 넘나든다고 생각했고 그림도 자주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책상 뒤에는 색깔이 다양한 최기창 작가의 작품 시리즈가 걸려 있는데 정서현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무지개색으로 걸려고 하다가, 너무 직접적이어서 다양한 색감을 섞어서 걸었다. 정서현이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규정되는 캐릭터는 아니기도 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한진호(박혁권 분)는 철없는 캐릭터에 맞게 아트 토이나 다양한 그림을 즉흥적으로 구매할 것이라 생각했다. 허명욱 작가의 아톰 시리즈가 어울려서 협조를 부탁드렸고, 아톰은 진호가 복권을 긁고 술을 마시는 것을 항상 쳐다보고 있다(웃음). 자신의 옷과 비슷한 번쩍번쩍한 금처럼 보이는 허명욱 작가의 작품은 양순혜(박원숙 분)가 정말 좋아하면서 샀을 것 같았고, 한회장(정동환 분)의 취향이 돋보이는 고가의 단색화도 많이 배치하고 싶었다. 실제 최고가로 경매에서 많이 팔리는 단색화 작품들을 염두에 두고 ‘회색의 영역’과 다이닝 홀의 김수영 작가의 작품을 선택했다”고 해 세심함을 엿보이게 했다.
마지막은 “‘최고가의 작품으로 보이되,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배치한다’였다”면서 운을 뗐다. “‘마인’은 오랜 기간 갤러리를 운영하며 전문적 지식과 함께 작품을 컨설팅 해온 홍송원 갤러리 대표님의 자문을 받았다”며 감사함을 드러낸 이나정 감독은 “극 중 효원가처럼 부자들이 사는 수십억대의 최고가의 작품이 무엇인지 소더비 등 최근 10년간 경매 작품 목록, 실제 취재를 통해 유명한 작품들도 많이 봤다. 자코메티의 조각이 거실에 있고 데미안 허스트의 그림, 수억대의 그림 조각들이 무심히 배치돼 있는 등 교과서나 유명한 미술관에서만 보던 작품들을 개인 서재, 안방에다 구매하여 놓았더라. 하지만 고가의 작품들을 모두 저작권을 풀어서 그대로 구현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이때 홍송원 대표님이 한국의 젊은 작가들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신선한 제안을 해주셨고 이에 맞게 그림과 조각들을 함께 골라서 배치했다. 이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그렇게 함께하게 된 다양한 한국의 작가들의 작품은 엔딩 스크롤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니 여기에도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의미있는 시도의 훈훈함까지 더했다.
이나정 감독의 “시청자분들이 보시면서 ‘마인’ 속 다양한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말처럼 작품 하나, 하나에 깃든 제작진의 세심함은 드라마 속 배경을 완벽하게 구현해내며 한층 다채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쫄깃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발을 디딘 매혹적인 무대는 ‘마인’의 또 다른 시청 요인이 되며 화제성을 이끌고 있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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