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의 가격인상은 연준 테이퍼링 신호일까

이용성 기자 2021. 6. 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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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산에 따른 고용 회복 여파로 인건비와 물가가 상승하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압력도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치폴레 매장 입구. /치폴레

USA투데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에 본사를 둔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치폴레(Chipotle)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하루 앞둔 9일(현지 시각) 음식 가격을 전체적으로 4% 가량 올린다고 발표했다.

인건비 상승으로 늘어난 부담을 가격 인상을 통해 일정부분 해소하려는 것. 올해 2만명을 신규 채용 에정인 치폴레는 이달 말까지 직원들의 임금을 시간당 평균 15달러로 올려주겠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치폴레(스페인어로 ‘멕시코 고추를 구워 말린 양념’이라는 뜻)는 콜로라도대를 졸업하고 미국의 간판 요리 학교 CIA에서 요리를 배운 스티브 엘스가 1993년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창업했다. 가격 대비 품질 뛰어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원하는 X세대(1965~81년 출생)와 밀레니얼 세대(1982~2004년 출생)의 소비 성향을 집중 공략해 1990년대 이후 급성장했다.

현재 미국 전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에 2600개가 넘는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이며, 종업원수는 6만4000명에 달한다. 2019년 기준 매출은 55억8600만 달러(약 6조2300억원)다.

치폴레에 앞서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널드도 향후 3개월 동안 1만명을 신규 고용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또한 미국 내 직영점 660곳에서 일하는 직원 3만6500명의 임금을 평균 10% 인상하기로 했다.

1만3900개에 달하는 미국 내 맥도날드 매장 중 직영점은 약 5%에 불과하다. 문제는 백신 공급 확산으로 인한 경제활동 재개가 호텔과 대형마트 등 다양한 분야에 임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치폴레의 경우에서 보듯 임금이 오르면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구인난 심화로 호텔과 식당 노동자의 시급이 최근 두 달 만에 4.5%나 올랐다. 지난 2월 처음으로 15달러를 돌파한 레저·접객 분야 노동자의 평균 시급이 4월에는 15.7달러로 4.5% 상승했다. 평균 임금 상승은 특정 기업뿐 아니라 미 전역에서도 임금이 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높아진 미국의 가계 저축률을 근거로 소비자들이 당분간은 가격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가계의 1분기 저축률은 연환산 기준 약 21%이다. 보유 현금이 수조 달러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둔감하다면 기업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앞다퉈 가격을 올리려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전방위적인 가격인상이 한동안 이어질 경우 미국 가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 커지기 시작하면 정치 문제로 확산하면서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월가에서는 지난 4일 노동부가 발간한 5월 고용 보고서가 연준의 통화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노동부는 5월 비농업 분야 일자리가 55만9,000개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달(26만6,000명 증가)에 비해 개선됐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경제학자들의 전망치(67만4,000개 증가)에는 미치지 못했다.

실업률은 전월 6.1%에서 5.8%로 0.3%포인트 낮아졌다.완전 회복 달성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매달 수십만 개씩 일자리가 생기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린지 피에자 스티펠파이낸셜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일자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소비자들은 시장으로 돌아가고 있고 기업들은 문을 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생각보다 일찍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경제와 시장에 큰 리스크인 만큼 파월 의장이 연준에서 채권 매입을 실질적으로 축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대로 고용시장 개선에도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테이퍼링이 늦어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증권사 암허스트피어폰트는 관련 보고서에서 “연준은 올해 임금 추세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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