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감독 "게이의 삶, 심한 차별당하지만..1년 내내 울고 있진 않아요" [MD인터뷰](종합)

2021. 6. 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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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김조광수(57) 감독이 8년 만에 두 번째 장편 연출작 '메이드 인 루프탑'을 선보이며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10일 오전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3일 퀴어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으로 관객들을 찾아가며 작품과 관련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냈다.

'메이드 인 루프탑'은 이별 1일차 하늘(이홍내)과 썸 1일차 봉식(정휘)이 별다를 것 없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쿨하고! 힙하게! 밀당 연애를 시작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하이텐션 서머 로맨스물. 현 사회 문화적 관심의 중심에 선 90년대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MZ 세대의 공감을 유발하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유쾌 발랄하게 담았다.

김조광수 감독은 2012년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이후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바. 그는 '조선명탐정' 시리즈 등을 통해 충무로 대표 제작자로서도 굵직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날 김조광수 감독은 신작에서 90년대생들에게 주목한 이유에 대해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영화를 찍고 나서 제 작품을 좋아했던 90년대생 게이들이 자기 얘기도 찍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했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비련의 주인공 같은 스토리가 대다수였지만 그 안에서 제가 주목했던 건 90년대생 게이들은 다른 세대와 달리,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10대 때 정리한다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20대, 30대가 되어서도 정체성 고민에 자기 인생을 짓누르는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 그게 확실히 이전 세대와 다른 큰 차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적으로 잘 표현되면 한국의 기존 퀴어영화들, 제 영화까지 포함해서 정체성 고민 때문에 주인공의 삶이 무거워져 영화 자체가 무거워지는 작품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질 거라고 봤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사실 로맨틱 코미디물(로코)을 좋아한다. 그래서 '메이드 인 루프탑'이 퀴어물이지만 '로코'로 만들고 싶었다. 밝고 명랑하고 사랑의 판타지를 마음껏 표현하고 싶었다. 사실 퀴어의 삶이 녹록지 않아 밝게 그리기 어려운데, 90년대생들을 조명하면 그렇게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김조광수 감독은 "여전히 차별이 심하고 퀴어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1년 내내 울고 있진 않다. 어려운 것도 현실이지만, 밝고 명랑하게 사는 것도 현실이라 밝은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메이드 인 루프탑'을 연출하며 '꼰대가 만든 청춘영화' 이게 제가 가장 경계했던 부분이었다. 지나치게 어떤 길을 제시하려고 하거나 '내가 다 알아' 이런 경향을 보일까 걱정했는데 영화제에서 '어쭙잖은 위로 따위 없어서 좋았다'라는 평을 들어서 기뻤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조광수 감독은 "'메이드 인 루프탑'은 90년대생 게이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청춘 영화라고 설정했기에 주연 배우들이 90년대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홍내, 정휘의 나이대가 그랬다. 결과적으로 배우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두 배우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고, 대중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더불어 그는 "이성애자 배우가 퀴어 연기를 할 때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준비도 많이 해야 하고 '스스로 이게 맞나?' 하는 고민을 품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당사자인 제게 많은 조언을 구했는데, 이홍내나 정휘한테 스테레오타입화된 게이처럼 연기하자고 하진 않았다. 마음 가는 대로 하는데 그 마음에 대해서 이성애자라면 안 가져도 되는 고민, 게이이기 때문에 가져야 하는 고민은 어떤 컷에선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얘기했다.

이정은의 우정 출연과 관련 비하인드스토리도 공개했다. 그는 극 중 순자 역할로 우정출연한 바. 순자는 봉식의 루프탑 아래 사는 이웃으로 하루 중 대부분 텃밭을 가꾸며 시도 때도 없이 봉식의 루프탑을 찾아와 김치전을 부쳐주거나 전기세, 수도세도 걷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이리저리 참견하는 모습으로 극에 활력을 더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이정은은 한양대 연극영화과 후배다. 30년이 훌쩍 넘은 사이"라며 "또 특별한 인연이 있다면 제가 과거 처음 연기를 했던 작품의 연출이 이정은이었다. 이번엔 반대로 된 거다. 당시 발연기하는 저를 데리고 작업하느라 이정은이 고생을 많이 했었다"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정은은 워낙 학교 다닐 때부터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서, 내 영화에 캐스팅하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했었다. 이정은이 '조선명탐정' '와니와 준하' 등 제가 제작한 작품엔 가끔씩 나왔는데, 연출작은 아무래도 독립영화다 보니 출연해달라고 제안하기 어려웠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 '메이드 인 루프탑'은 미안하지만 부탁을 했고, 이정은이 시나리오가 재밌다며 노개런티로 흔쾌히 출연해 줬다"라고 미담을 전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예전에 퀴어 콘텐츠들은 주로 희화화되는 방식으로 쓰였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고 주류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두운 면이 없지는 않다"라고 지적하기도.

그는 "지난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 기사 제목에 '게이' 클럽이라고 따옴표가 붙어 보도되더라. 만약 그게 이성애 클럽이었다면 '이성애'라고 붙이지 않았을 거다. 마치 게이들은 주의를 많이 안 하는 것처럼 딱지를 붙여서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런 상황을 여전히 만드는 게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다.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예전에 비하면 훨씬 밝고 명랑한 퀴어들이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조광수 감독은 "공중파에선 아직도 퀴어 콘텐츠에 지레 겁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지상파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동성애 키스신을 삭제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사전에 감독에게 물어봤다면 과연 키스신을 삭제해도 된다고 했을까? 안 했을 거다"라면서 "'이성애 키스는 보여줄 수 있지만 동성애는 보여줄 수 없다', 이 생각 자체가 차별인데 이를 차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대단한 키스신도 아니고 이미 극장에서 천만 관객들이 본 영화인데 그렇게까지 겁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끝으로 김조광수 감독은 "차기작은 '퀴어판 미생', 20대 청춘을 또 다루려고 한다"라고 귀띔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진 = (주)엣나인필름]-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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