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밝고 명랑한 퀴어도 있어요!"..'메이드 인 루프탑' 메이드 인 김조광수(ft.노개런티 이정은)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아직도 차별 심한 대한민국, 그럼에도 퀴어들의 밝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23일 개봉하는 청춘 퀴어 로맨스 영화 '메이드 인 루 프탑'(레인보우팩토리 제작). 메가폰을 잡은 김조광수 감독(56)이 10일 오전 화상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원나잇온리'(2014),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2012), '친구사이?'(2009), '소년, 소년을 만나다'(2008) 등 장·단편 영화들을 통해 기존의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한국 퀴어 영화의 틀을 깨고 특유의 명량 쾌활할 퀴어 로맨스 영화를 선보여온 김조광수 감독. 퀴어 영화 연출뿐 아니라 '조선명탐정' 시리즈, '악질경찰'(2018),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4)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의 제작까지 맡으며 충무로를이끌고 있는 영화인, 김조광수 감독의 8년만의 연출작 '메이드 인 루프탑'으로 관객을 만난다.
이날 김조광수 감독은 오랜만에 연출 영화로 관객을 만나게 된 것에 대해 설레고 떨리는 마음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8년만에 두번째 장편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그동안 감독이라고 불릴 때 마다 쑥쓰러웠다. 장편 영화 한편 찍었다고 계속 감독이라고 불리는게 합당한지 쑥쓰러웠다. 그래서 이번에 오랜만에 영화를 내놓게 되서 너무 설렌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동안 새 영화 준비는 계속했는데 캐스팅과 투자에 문제가 있어서 찍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를 계속 찍어야 연출력이 늘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제가 가진 여러 정체성 중에 감독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가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느꼈다. 그래서 영화를 자주 만들어야 겠다고 느꼈다. 앞으로 독립영화를 계속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정휘에 대해서는 "제가 워낙 뮤지컬을 좋아하고 뮤지컬 배우랑 작업하는걸 좋아해서 정휘 배우가 '팬텀싱어'에 나와서 '알라딘' OST를 보면서 꼭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휘 배우 뮤지컬도 많이 보러 갔었다"라며 "봉식이라는 인물은 꼭 미모가 되는 배우가 되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정휘 배우가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연과 뮤지컬 배우들이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서 정휘 배우와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루프탑'에 짧은 출연에도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던 '우정출연' 배우 이정은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도 드러냈다. 이정은과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로 만나 벌써 30년간의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는 김조광수 감독은 "제가 92년도에 졸업작품으로 연극 연기를 한 적이 있다. 교수님이 꼭 연기를 하라고 해서 연기를 했는데, 그때 연출이 이정은씨였다. 이번에는 제가 연출을 하고 이정은씨가 연기를 하게 된 거다. 92년도에 발연기하는 저를 데리고 연출을 하느라 정은씨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많은 청춘 세대 중 '90년대생'에게 주목한 이유에 대해 묻자 "제 첫번째 장편 영화인 '두 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을 좋아하셨던 90년대생 게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때 제가 주목했던 건 다른 세대와 달리 90년대 게이들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깊고 오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전 세대들은 30대가 넘어서도 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하고 그 고민이 삶을 늘 짓누르고 있다. 그런데 이른 바, 90년대 게이들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10대때 모두 정리를 하고 20대에는 정체성의 고민에 대해 벗어나더라. 그런 부분이 확실히 이전 세대와 다르더라. 그래서 그런 특성을 살리면 어두운 다른 퀴어영화와 다른 작품이 나겠구나 싶었다. 물론 퀴어들의 삶이 녹록치만은 않으니까 쉽진 않았는데 90년대생 게이를 주인공으로 하면 밝고 명랑하게 표현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충무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부분의 퀴어 영화는 어둡고 우울하거나 비극적 결말의 작품이 많은데 반해, 늘 밝고 사랑스러운 퀴어 영화를 제작해온 김조광수 감독. 그는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였냐"는 질문에 "제가 워낙에 어릴때부터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했다. 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게 되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이성애자 배우들에게는 더욱 조심스럽고 쉽지 않았을 성소수자 연기. 김조광수 감독은 성소수자 연출자로서 퀴어영화에 출연하는 이성애자 배우들에게 어떤 식으로 연기 디렉팅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퀴어 혹은 이성애자, 이런 특성에 대해 따로 신경을 써서 디렉팅을 하지 않는다"는 그는 "이성애자 배우는, 퀴어가 아니기 때문에 퀴어를 연기할 때 준비와 생각도 많이 하고 스스로 '이게 맞나?'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그건 게이 연기 뿐만 아니라 의사 아닌 사람이 의사 연기를 할 때 '이게 맞나?' 계속 묻게 되는거랑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홍래 배우가 저에게 많이 물어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김조광수 감독은 과거에 비해 퀴어 콘텐츠에 대한 다양성이 넓어지고 퀴어 대한 편견의 시선이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과 안타까운 상황들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사실 작년에 코로나 관련해서, 이른 바 '이태원발 확진자'가 나왔을 때 그게 게이클럽이 아니라 이성애자 클럽이었다면, '이성애자'라는 따옴표를 붙지는 않았을 거다. 마치 게이들만 클럽에 가는 것 처럼, 게이들만 주의를 하지 않는 것처럼 비춰졌다. 성소수자라는 딱지를 여전히 붙이고 검사를 선재적으로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는 것 보면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 문제는 계속되는 것 같다. 노무현 정부에서 나온 차별금지법이 폐기되지 않았나.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많은 문화 컨텐츠에 퀴어 소재가 자연스럽고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것에 대해 "과거에는 상업·주류 영화에서는 퀴어가 희화화 되는 방식으로 쓰이거나 반전의 포인트로 쓰이는 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퀴어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지고 다양해졌고, 오히려 뮤지컬에서는 퀴어 소재가 메인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차기작에 대한 물음에 그는 "다음 영화도 퀴어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퀴어판 '미생'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제가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퀴어 작품을 계속 만들게 되는 것 같다. 저도 이성애자 주인공의 영화를 준비를 안해본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성소수자 영화만 연출하게 됐다"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성소수자를 다룬 영화는 많지 않기 때문에 저라도 좀 꾸준히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좀더 다양한 성소수자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영화도 로맨스이긴 한데 이후에는 퀴어를 소재로 한 애션 등 장르영화나 호러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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