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변호사 우선 선임' 무시..사고 날 때마다 매뉴얼 만들고 안지켜

정충신 기자 2021. 6. 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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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후 국방부의 성폭력 피해자 대응 매뉴얼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중사는 성추행을 당한 직후 부대에 신고했고, 성고충 전문 상담관과 상담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사건 발생 43일이 지나 공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될 때까지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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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이 된 병영문화 폐습 - ③ 성폭력 대응지침 무용지물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가 성추행을 당한 후 국방부의 성폭력 피해자 대응 매뉴얼 중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중사는 성추행을 당한 직후 부대에 신고했고, 성고충 전문 상담관과 상담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사건 발생 43일이 지나 공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될 때까지 매뉴얼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중사를 도와줄 제도와 매뉴얼은 존재했지만 약자인 여군을 희생양으로 삼는 ‘보신적 집단주의’와 상명하복식 ‘까라면 깐다’(깐다이즘)로 똘똘 뭉친 강압적 조직문화, ‘제 식구 감싸기식’ 폐쇄적 군 문화가 매뉴얼 정상 작동을 교묘하게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10일 제기된다.

국방부 성추행 사건 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리 조치에 따라 이 중사가 성추행 사건 신고를 한 3월 3일 직후 분리가 이뤄져야 했음에도 2주가 지난 3월 17일에야 파견이동 조치가 내려졌다. 공군은 이 중사의 성추행 신고 후 두 달간 청원휴가로 가해자와 분리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부대 내 관사에 머무르게 해 가해자와 직속상관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다. 공군 검찰은 군사경찰이 이 중사 사건에 대해 4월 초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도 이를 뭉갰다. 매뉴얼에는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 사건처리 관계자(수사관, 군검사, 국선변호사)를 여성으로 우선 배정한다”고 돼 있지만 공군은 이 또한 무시했다.

공군 양성평등센터도 3월 5일 이 중사 성추행 피해 신고를 받고도 한 달이 넘은 4월 5일에야 국방부에 늑장 보고를 했다. 부사관급 이상 간부가 연루된 사건은 수시보고 형식으로 상세히 알리도록 한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련’ 위반이다. 이 중사가 부대에 복귀한 5월 3일 이후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군 상담관과의 상담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각종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다양한 대책과 매뉴얼을 발표해 왔는데, 매뉴얼만 제대로 지켰어도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은경 젊은여군포럼 대표는 “양성평등위원회의 독립된 민간위원회 전환과 장관직보체제 등 핫라인 가동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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