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속 바뀌는 부동산 정책, 국민이 안믿는데 효과 있을까요

유병훈 기자 2021. 6. 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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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4일 과천 정부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국토교통부는 과천에 대체부지를 확보해 4300가구를 공급하겠다며 반발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공급 정책에 대한 의지가 꺾였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변석개하는 정책은 잠시 효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반복될 경우 해당 정책 영역, 더 나아가 공공 영역 전반에 대한 신뢰가 훼손돼 정책은 설 곳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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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4일 과천 정부청사 부지에 4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다음날 6200가구가 계획된 마포구 상암동의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상암동에도 나쁘지는 않은 소식”이라고 했다. 1만 가구가 공급 예정된 용산 서부 이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역시 “과천은 취소해놓고 용산만 진행한다면 강북만 우습게 본다는 뜻 아니겠나”고 말했다. 과천과 함께 발표됐던 용산·상암·태릉 등도 취소를 기대하게 됐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과천에 대체부지를 확보해 4300가구를 공급하겠다며 반발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공급 정책에 대한 의지가 꺾였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한 전문가는 “위치를 바꾸고 공급 주택량을 늘린다지만, 기존 부지를 포기했다는 발표 자체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정부 정책의 ‘표류’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방안이 대표적인 예다. 정권 초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직접 정책을 독려했지만,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시장 불안의 책임을 엉뚱하게 임대사업자들에게 떠넘기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7·10대책에서는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폐지하더니, 지난달 27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아파트 외 매입 임대사업자의 신규등록까지 모두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를 믿고 협력한 임대사업자들만 본인들도 모르는 새 적폐로 몰려버렸다.

정부가 보호하겠다던 ‘실수요자’도 다르지 않다. ‘투기 수요’와의 싸움을 선포하며 1주택 장기 보유자는 실수요자로 인정하겠다더니, 이제는 양도 차익이 10억원을 넘으면 양도소득세의 장기보유 혜택을 최대 30%포인트까지 줄이겠다고 한다. 오랜 기간 자신이 실수요자임을 의심치 않았던 집주인들은 세금 때문에 멀쩡한 아파트를 팔고 다시 사는 방안까지 고민하게 됐다.

정책은 정부의 발표와 의지만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의 대상이 되는 민간과 시장이 정책을 믿고 조응해야 비로소 그 효과가 온전히 나올 수 있다. 신뢰의 바탕에는 정부의 공언(公言)을 믿고 그에 따라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조변석개하는 정책은 잠시 효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반복될 경우 해당 정책 영역, 더 나아가 공공 영역 전반에 대한 신뢰가 훼손돼 정책은 설 곳을 잃게 된다.

이는 동서고금의 진리다. 진나라의 상앙은 나무 기둥을 옮긴 자에게 금을 내리겠다는 다소 황당한 약속을 지켜 부국강병의 기반을 닦았다. 개혁 이전에 민간의 신뢰부터 확보한 것이다. 이를 ‘동태적 비일관성’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한 경제학자들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마지막까지 중점 추진하려는 3기 신도시 공급정책, 전·월세 신고제 등도 시장의 믿음이 뒷받침돼야 오롯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이다. 당장의 정치적 실익과 여론의 눈치에 휘둘리면 결국 모든 청사진마저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여당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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