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내 "동성애 연기 부담, 쉽게만 표현하고 싶지 않았어요"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1. 6. 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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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배우 이홍내, 사진제공|(주)엣나인필름


배우 이홍내가 OCN ‘경이로운 소문’ 속 날카로운 이미지를 벗고 180도 다른 캐릭터에 도전한다. 퀴어물 ‘메이드 인 루프탑’(감독 김조광수)에서 MZ세대 동성애자 ‘지하늘’ 역을 맡아 새로운 결의 캐릭터를 완성한다.

“동성애 연기에 대한 부담과 걱정이 컸어요. 기댈 수 있는 건 퀴어물을 많이 만든 김조광수 감독이었죠. 동성애를 일반화된 이미지로 연기하거나 쉽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작은 부분도 감독에게 물어보고 확인하면서 연기했죠. 그 진정성을 이해하고 장난스럽게 연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더 조심스러웠어요.”

이홍내는 9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메이드 인 루프탑’을 개봉하는 소감과 조단역을 거쳐 첫 주연작을 맡기까지 소회, 그리고 연애 스타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 속 한 장면.


■“취업난 겪는 ‘하늘’에 많이 공감했어요”

‘메이드 인 루프탑’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취업에도 실패한 ‘하늘’과 동성애BJ ‘봉식’(정휘)의 일상과 연애를 그린 작품이다.

“저와 ‘하늘’의 현실이 상당 부분 맞닿아 있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너무나도 많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대사처럼 저 역시 배우가 되고 싶어 부단히 노력하는 20대를 보냈거든요. 늘 불만을 쏟아낸 시기도 있었고요. 당장 오갈 데 없어서 친구 옥탑방에 거주한 적도 있죠. 그 마당에서 친구랑 술 마시면서 ‘우리 미래는 어떻게 될까’ 늘 얘기 했었고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하기도 했어요. 이런 점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도 많이 공감할 것 같아요.”


극 중 남자친구 ‘정민’으로 분한 강정우에 대해선 깊은 믿음을 나타냈다.

“처음엔 이 작품을 연기하는 것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우 형을 만난 순간 고민이 반으로 줄었죠. 베테랑 배우거든요. 연기 경력도 훨씬 오래돼 절 리드해줬어요. 연기적인 조언을 한다기보다는 절 많이 믿어줬고, 저 또한 정우 형을 많이 믿을 수 있었어요. 촬영을 즐겁게 임하도록 많이 배려해줬어요.”

친구로 등장한 정휘와 찰떡궁합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도 금방 친해졌어요. 상대 배우를 배려해주고 유쾌한 친구더라고요. 촬영 중에도 분량이 많았는데 끝까지 집중해내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었어요. 또 한 번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입니다.”


■“무식하게 뛰어든 연기, 그래도 늘 행복했어요”

연기에 빠진 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다.

“어릴 적부터 영화를 좋아해서 친구들과 비디오 보는 게 취미였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어졌고, 무식하게 연기에 뛰어들었죠. 힘들었지만 그게 중요하진 않았어요. 그저 행복할 것 같아서 시작했고, 실제로도 현장이 늘 행복하고 즐거웠으니까요.”

주변에서 ‘왜 어려운 길을 가느냐’고 할 때에도 그는 확고했다.

“연기는 특별한 사람만 하는 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제가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았죠. 작품 하나 하나 출연할 때마다 그래서 더 행복했어요. ‘단역 시절을 어떻게 버텼느냐’는 질문도 종종 들었는데, 육체적으론 힘들었어도 단역 시절마저 즐거웠어요. 또 우리나라가 아르바이트하면서 혼자 살기엔 크게 문제가 없는 터라, 견딜만 했어요.”

실제 연애 스타일도 직접 공개했다.


“전 연애할 때 투정부리는 타입은 아니에요.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 상대가 답답해하기도 하죠. 표현하는 것에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또 부모가 엄해서 여자친구를 한번도 소개한 적이 없어요. 데이트할 때에도 아버지가 전화해서 ‘누구랑 있냐’고 하면 ‘친한 친구랑 있다’고 둘러대기도 했죠. 극 중 ‘하늘’이 남자친구 부모 앞에 나서지 못하는 장면을 찍을 땐 이런 제 경험을 바탕삼아 연기했어요.”

물론 어릴 적 연애 스타일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성숙해졌다고도 했다.

“예전엔 ‘어떻게 하면 여자친구가 날 더 좋아할까’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절 꾸미지 않고 진솔하게 다가갔을 때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요. 그런 모습에 저도 마음을 열고요. 혹시나 갈등이 생기면 최대한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입 닫고 연락 안 하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니까요. 상대의 생각을 존중하면서 대화하면 대부분 해결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메이드 인 루프탑’가 어떤 영화가 되길 바라는지 물었다.

“저도 이 영화로 위로를 받았어요. 퀴어물이라고 어렵게 생각하거나 어떤 큰 메타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이 영화를 즐기면 될 것 같아요. 이 작품으로 한 번이라도 웃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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