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수원으로 연고지 이전..정착되지 않는 KBL 프랜차이즈

최민우 2021. 6.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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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선수단이 지난해 11월 19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최민우 기자]‘이제 아시안게임 개최도시 부산 인천엔 남자프로농구팀이 없다.’

한국농구연맹(KBL) 프랜차이즈가 다시 한 번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KT가 연고지를 부산에서 수원으로 옮기고, 전자랜드를 인수한 한국가스공사는 연고지를 인천에서 대구로 옮길 예정이다. 서울 다음으로 인구수가 많은 광역시 두 곳이 졸지에 프로농구팀을 잃게 됐다. 2002년과 2014년 아시안게임에 사용됐던 부산 사직체육관과 인천 삼산체육관은 관중규모 8000명과 7800명으로 프로구단 사용 체육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KBL은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 센터에서 열린 제 26기 제 4차 임시총회 및 제5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자랜드 농구단을 인수한 한국가스공사의 신규회원 가입을 승인하고 KBL 제10대 총재로 김희옥 前 동국대학교 총장을 선임했다. 가장 관심을 끈 것은 KT의 연고지 이전으로 KT 농구단이 연고지를 부산광역시에서 경기도 수원시로 이전하는 것을 승인했다. KT는 오는 2021~2022 시즌부터 서수원칠보체육관을 홈 코트로 사용하게 된다.

프로농구 원년멤버 기아 엔터프라이즈의 연고지였던 부산은 기아가 모비스로 이름을 바꿔 울산으로 옮긴 2001년 이후 2년간 연고지 농구팀이 없었다. 이후 여수 코리아텐더를 인수한 KTF가 부산에 둥지를 틀면서 프로농구 프랜차이즈 명맥을 이어갔지만 다시 체육관을 비우게 됐다.

KT 농구단 이전은 일찌감치 예견된 결과다. 앞서 2017년 6월 KBL이 연고지 정착제를 발표하면서, 각 구단은 2023~2024 시즌이 개막하기 전까지 홈구장과 연습장을 같은 지역에 두게 됐다. 이를 두고 KT는 꾸준히 부산시와 협의를 거쳤으나, 번번이 결렬됐다. KT는 보조구장이 3개나 있는 사직체육관의 시설을 이용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시민들이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대신 부지를 제공할테니 새로 체육관을 지으라고 맞섰다.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사이, KT는 연습구장이 있는 수원시로 눈을 돌리게 됐다. KT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케이티빅토리움’ 연습장을 두고 있다. KT 야구단이 수원에 연고를 두고 있는 데다, 지자체가 농구단 유치에 관심도 있었다. 이미 축구, 야구 등 프로팀이 있어 농구단을 유치해 ‘3대 프로스포츠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수원시의 강한 의지도 있었다. 앞서 지방 모 구단도 수원으로 이전을 추진하려다 불발된 사례도 있다. 부산시는 뒤늦게 KT와 KBL에 제고를 요청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마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

KT 선수들이 지난해 12월 27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경기에 역전승을 거둔 뒤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뻐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인천 전자랜드의 새 주인 한국가스공사는 KT와는 다른 이유로 연고지를 옮긴다. 본사가 대구시에 위치해 있어 대구 정착을 희망했다. KBL은 당초 인천 연고 희망기업을 물색했으나 실패했다. 대구는 프로농구 원년 프랜차이즈 도시였지만 2010~2011시즌을 끝으로 오리온스가 고양으로 옮긴 뒤 프로농구단이 없었다. 가스공사가 대구에 둥지를 틀면 11시즌만에 다시 프로농구팀을 보유하게 된다.

1997년 출범한 KBL은 26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연고지는 늘 해결되지 않는 딜레마였다. 구단은 10개나 되지만 서울에 2팀 등 수도권에 5팀이 몰려있고, 지방에도 고루 분산돼 있지 않다. 특히 인구가 많은 대도시 중 광주 대전은 이미 구단이 존재하다 사라졌고, 이번에 부산과 인천이 자리를 비우면서 대도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미 여러차례 구단이 흥망과 연고지 이전이 반복되면서 연고지 뿌리는 아직도 단단하지 못하다.

창원 LG, 원주 DB 등 지자체의 지원을 등에 업고 완벽하게 연고지에 정착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전주시도 뒤늦게나마 신축 농구장 건립을 확정지으면서 KCC 농구단 지원에 나섰다. 지자체와 농구단이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보다 규모가 큰 광역시의 경우는 번번이 뿌리내리기에 실패하고 있다. 프로는 인기를 먹고 사는데 인구와 인프라가 좋은 연고지를 잃는 것은 손해일수 밖에 없다.

KBL 관계자는 “국내 제2,3의 도시 연고지를 비우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구단 운영을 위해서 지자체의 지원과 협조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작은 도시는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서울과 광역시 등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게 문제”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구단의 잦은 연고지 이동으로 멍든 팬들의 마음은 누가 달래줄 수 있을 지 궁금하다. KBL은 가스공사 인수창단이 확정되면 인천에 경기를 배분하는 것도 연구중이라고 하는데 과연 마음 상한 팬들을 위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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