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피해 여중사 계급 낮다고 '성추행 보고' 뭉갰다
공군 양성평등센터는 지난 3월 초 여군 이모 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를 받고도 피해자가 ‘영관급 장교’ 이상 계급이 아니라는 등 이유로 국방부 보고를 한 달 넘게 미뤘던 것으로 9일 나타났다. 이 중사는 지난달 21일 극단 선택을 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 자료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센터는 이 중사 성추행 피해 사흘 뒤인 3월 5일 관련 사실을 인지했다. 그러나 센터가 국방부 양성평등과에 보고한 시점은 4월 6일이었다.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엔 “영관급 이상 및 군 수사기관 연루·언론 보도(예상)·미성년 성폭행 등 사회 이슈화 가능 사건” 등 ‘중대 사고’에 해당할 경우 최단 시간 내 세부 내용을 보고하도록 명시돼 있다.
센터는 이 중사 사건을 중대 사고로 판단하지 않았다. 센터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이 중사가 훈령에 명시된 영관급 이상 장교가 아니라서 그렇게 판단했다”고 했다. ‘사회 이슈화 가능성을 판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센터가 보고를 미루는 사이 피해자에 대한 회유 등 2차 가해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센터는 부사관급 이상 간부가 연루된 사건은 ‘정기 보고’가 아닌 ‘수시 보고’ 형식으로 상세히 알리도록 돼 있는 훈령·지침도 따르지 않았다고 윤 의원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센터는 “신고가 들어오는 거의 모든 사건이 부사관급 이상이 연루돼 있어 훈령·지침을 준수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 중사를 도와줄 수 있는 제도와 매뉴얼이 존재했는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에 참극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이날 이 중사 사망이 ‘중요 사건’이 아니어서 빨리 보고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서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 이 중사 사망과 관련해 “5월 22일 SNS 상황공유방에 ‘단순 사망건’이 올라온 것을 인지했다”고 했다. 서 장관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을 사흘 뒤에야 알았다고 했다. 사건 발생 85일 만이었다.
서 장관은 ‘성추행 사건이 왜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총장들이나 제가 보고받는 것은 중요 사건 중심으로 보고받는다”며 “성추행 관련 사건은 보고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런 사건들은 밑에서 군사경찰이나 군검찰의 권한을 갖고 있는 지휘관들한테 처리가 위임돼 있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국방위에선 이 중사 국선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관이 부적절하게 가해자 측의 금전 합의 제안에 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국선변호 법무관이 피해자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1000만원이 됐든 2000만원이 됐든 금액은 정확하지 않지만, 가해자와 합의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전달했다”고 했다. 성 의원은 “법무관이 가해자 측 성폭력 전문 변호사와 통화하고, 금액까지 제시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했다. 해당 법무관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여군을 동료나 전우로 생각하지 않고 ‘술자리 꽃'처럼 부르는 일이, 성추행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는 이날 공본 검찰부·법무실 등을 압수 수색했다. ‘제 식구 봐주기’ 논란 끝에 뒷북 수사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 장관은 이와 관련, ’더는 군을 신뢰하기 어려우니 국회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제게 맡겨달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추후 국민에 대한 보고가 부실하면 국조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검, 청문회, 국조가 필요하다는 야당 주장이 정치공세라고 제가 반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러분들(서 장관 등) 태도를 보니 그러지 못하겠다”고도 했다.
서 장관은 이날 자신의 사퇴 여부에 대해선 “인사권자(대통령)께서 판단하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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