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트래블 버블

강경희 논설위원 2021. 6. 1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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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밤 한 여행사가 TV홈쇼핑을 통해 발 빠르게 유럽 패키지 여행 상품 3종을 팔았다. 이탈리아 일주 8일, 동유럽·발칸 9일, 스페인 일주 9일 여정이었다. 1시간 방송에 무려 5만2000명이 예약하고 결제액이 200억원을 넘었다. 해외여행 못 가 답답해하던 소비자들이 언제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예약부터 해두는 통에 홈쇼핑 여행상품 판매 실적 중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자에 한해 단체 해외여행이 가능해진다. 싱가포르, 태국, 대만, 괌, 사이판 등과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는 덕분이다. 트래블 버블이란 코로나 방역 안전 국가들끼리 하늘길을 열어 14일간의 자가 격리 없이 자유롭게 오가는 것을 말한다. 비누방울(bubble) 안에 들어앉은 것처럼 외부 위험 요소는 차단한 채 안전 권역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고 해 붙여진 표현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지난 4월 19일부터 ‘트래블 버블’을 시행했다. 올 초만 해도 2만6000명 정도이던 뉴질랜드의 입국 출국 여행객 숫자가 5월에 19만명으로 늘었다. 뉴질랜드 스키 리조트는 2년 전보다 예약이 2배 늘었다고 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항공주, 여행주가 펄펄 끓고 있다. 트래블 버블이 가능해져도 아직 자유 여행은 힘든데 주가는 이미 고공 행진이다. 어제 대한항공 주가는 코로나 이전보다 더 높아 5년 내 최고였다. 하나투어 주가도 작년 상반기 바닥 칠 때 비하면 거의 3배가 돼 있다.

▶OECD가 ‘코로나 우울증’을 조사했는데 우리나라의 우울감 확산 지수(36.8%)가 코로나가 훨씬 심각했던 미국(23.5%)이나 영국(19.2%), 이탈리아(17.3%)보다도 높았다. 한참 해외여행 인구가 퍼져가던 참에 좁은 국토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코로나 직전까지 해외여행은 현기증 나게 늘어왔다. 2000년 500만 돌파, 2005년 1000만 돌파, 2016년 2000만을 돌파했다. 2019년 해외여행객 숫자는 인구 절반도 넘는 2871만명이었다. 그러다 작년에 출국자 수가 85% 급감해 1990년대 후반 수준이 됐다(427만명).

▶‘보복 소비’를 능가하는 ‘보복 여행’이 폭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해외여행 못 나가는 바람에 국내 골프장, 가구업체 등 내수 업종이 ‘코로나 특수’를 만끽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이들이 폭리 횡포를 부린다는 불만도 커져가고 있었다. 코로나 백신이 기업들의 희비 곡선도 엇갈리게 만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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