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나만의 브랜드 만드는 미래교육
무엇이 쓸모있나 아는 사람 필요
선진국 대학 인문학적 소양 강조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키워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렇게 변화의 속도가 빠른 현대사회에서 교육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2018년 열린 국제교양교육포럼에서 다룬 바 있다. 여기서 김도연 전 포스텍 총장은 “대학은 배운 사람을 사회로 배출하는 패러다임에서 평생 배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사회에 배출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필자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비머드대학은 모든 전공이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 mathematics) 분야로만 이뤄진 전교생 900명 규모의 작은 대학으로, 학생들은 광범위한 수학과 과학 교육을 받으며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과학자, 공학자, 수학자로 성장한다. 언뜻 보기에는 과학기술 교육에만 특화된 대학처럼 보이나 하비머드대학은 훌륭한 과학자나 공학자가 되려면 먼저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고 그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는 능력과 소통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인문교육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한다.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가 잠시 재학했던 대학으로 더 유명한 리드 칼리지는 전공을 불문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인문학110’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듣도록 하며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한다. 미국 대학 중 가장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커리큘럼으로 유명한 세인트존스 칼리지는 모든 수업을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토론수업으로 운영한다. 한 예로 수학의 경우, 4년간 수학의 본질과 실생활에서 수학이 왜 필요한지를 연구하며 토론하는 수업으로 채워져 있다. 또 4년간 학생들은 대략 2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쓴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로지 과거를 깊이 탐색하는 것이란 이 대학의 철학이 담긴 가장 대표적인 교육과정이다.
정리해 보면,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운용하는 이들 대학의 공통점은 인문학 교육을 강조하고 일방향 강의를 통한 정보전달이 아닌 토론 등을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 기회와 작은 규모의 장점을 살린 교수·학생 간의 긴밀한 소통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불확실한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데는 전문적인 지식만큼이나 자기주도적인 학습과 인문교육, 그리고 사람 간 소통을 통해 축적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시작된 치열한 입시 위주 주입식 교육으로 자기주도형 학습능력을 키울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고, 미래를 위한 핵심역량 함양을 위한 인문학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학은 규모의 게임에서 벗어나 개별 학생들의 니즈를 채워 줄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미래대학으로의 변화를 제안해 본다. 작은 규모에서 오는 한계는 대학연합체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우리 학생들은 인간을 성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비판적 사고를 배워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래사회에서도 홀로 빛나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획전문가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뇌·인지과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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