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건물 저층부터 허물다 대형참사..안전불감증이 부른 人災

박진주,최현재 2021. 6. 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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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철거현장서 17명 사상
지탱하던 구조물 무너지며
왕복 8차선 도로에 쏟아져
버스 형체도 없이 산산조각
전문가 "수평하중 무시해
앞으로 쏠릴 수 밖에 없어"
도로통제·통행제한도 안해
경찰, 업무상 과실여부 수사
광주광역시 동구 학4동 재개발구역 주택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는 현장 안전관리가 허술해 빚어진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광주시와 소방당국, 경찰 등에 따르면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주변 도로를 덮친 건축물(지상 5층, 지하 1층)은 지난 8일부터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철거 현장 관계자는 사고 이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집게 형태의 장비를 장착한 굴삭기가 건물을 조금씩 허무는 방식으로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현장 주변 주민들도 "전날 오전부터 굴삭기가 동원돼 해당 건축물 뒤편 저층부터 일부를 허물었다"고 말했다. 철거 대상 건물 뒤편에 폐자재 등을 쌓아 올렸고 잔해 더미 위해 굴삭기가 올라 앉아 남은 구조물을 부쉈다는 얘기다. '안전 펜스가 무너지면서 잔해 더미 위에 굴삭기 1대가 보였다'는 목격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이 버스 덮치는 끔찍한 순간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인근 도로 방향으로 무너져 시내버스(빨간 원)를 덮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시민제보영상-유튜브 캡처]
이 같은 철거 방식은 '상식 밖'이라는 게 철거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철거 방식은 크게 폭파 방식과 굴삭기를 통해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잘게 부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건물처럼 한 쪽면부터 철거를 시작하게 되면 한 쪽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기울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송규 기술사(안전전문가)는 "건물이 측면으로 무너진다는 것은 철거하는 과정에서 기둥 역할을 하는 벽이 어떤 이유로든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결론적으로 안전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통행 제한을 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 철거 전문가는 "통상 도로와 접한 건축물을 철거할 경우 도로 일부를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왜 인도만 통제하고 도로는 통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고 직전 소음이 발생해 인부들이 모두 대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많이 오가는 도로를 통제하지 않고 철거를 진행한 점은 안전관리 문제라는 지적이다. 광주경찰청은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강력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붕괴사고를 수사한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철거업체 관계자를 상대로 안전 수칙 준수, 업무상 과실 여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또 10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국토교통부는 사고 현장에 기술안전정책관과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토안전관리원 전문가 등을 급파해 현장 수습 지원에 나섰다. 국토부는 조속한 사고 수습 및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형욱 국토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수습본부를 구성·운영 중이다.

이번 사고 외에도 철거공사 중 건물 붕괴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다른 시도에서도 최근까지 이어지는 등 한국 사회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2017년 철거신고제를 철거허가제로 바꿔 전문가가 철거 심의를 하도록 규정하는 등 철거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했으나 철거 중 건물 붕괴사고는 계속됐다.

지난 4월 30일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에서는 철거 중인 한 건물이 무너져 50대 근로자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8월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려 차량 3대가 잔해에 깔리면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사고는 공사 관리자들이 철거 계획과 현장 안전 조치를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철거업체 관리소장은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광주 = 박진주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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