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세리머니' 벤투호, 유상철 감독에게 바친 스리랑카전 [ST스페셜]
[고양=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벤투호가 스리랑카전 대승으로 유상철 감독을 추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H조 스리랑카와의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4승1무(승점 13)를 기록한 한국은 조 1위를 수성하며, 최종예선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약체 스리랑카와의 경기였지만, 벤투호와 한국 축구에는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지난 7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 유상철 감독과의 작별 인사를 가지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유상철 감독은 한국 축구의 전설이었다. A매치 124경기에 출전해 18골을 넣었으며, 이 가운데는 월드컵에서 기록한 2골이 포함돼 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에서는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한국을 전패의 위기에서 구해냈고, 2002 한일 월드컵 폴란드에서는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월드컵 본선 첫 승을 이끌었다. 이후 승승장구한 한국은 '4강 신화'를 썼고, 유상철 감독은 4강 신화에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유상철은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으로 지도력을 발휘했다. TV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서 현 한국 축구 최고의 기대주라고 불리는 이강인을 발굴했으며, 대전시티즌과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2019시즌에는 췌장암 투병 중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인천의 벤치를 지키며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해냈다.
2019시즌을 마친 뒤 잠시 그라운드를 떠난 유상철 감독은 그동안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위대한 선수이자, 뛰어난 지도자였던 유상철 감독의 별세는 축구계와 팬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겼다. 유상철 감독의 빈소에는 함께 신화를 창조했던 2002 한일 월드컵 대표선수들과 축구인들이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팬들은 빈소와 분향소를 찾아 유상철 감독이 선물한 추억을 떠올렸다.
다만 현재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있는 벤투호와 제주도에서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학범호는 코로나19로 인해 빈소에 찾지 못했다. 벤투호에게는 스리랑카전이 유상철 감독과 작별하는 자리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유상철 감독과의 작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와 협의해 경기 전, 전광판을 통해 헌정 영상을 틀고 묵념을 진행했다. 벤투호 선수들은 추모의 의미를 담은 검정 암밴드를 착용했고, 스태프는 검정 리본을 달았다.
더불어 붉은악마와의 협의를 통해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통천과 국화꽃 66송이를 부착한 현수막을 게시했다. 현수막에는 '그대와 함께한 시간들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의 외침에 투혼으로 답한 그대를 기억합니다. 故 유상철 감독님의 명복을 빕니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담겼다.
벤투호는 골로 유상철 감독을 추모했다. 전반 14분 김신욱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5골을 터뜨렸다. 특히 김신욱은 선제골을 터뜨린 뒤, 유상철 감독의 이름과 등번호 6번이 새겨진 국가대표 유니폼을 들고 추모 세리머니를 펼쳤다. 동료 선수들도 김신욱과 나란히 서며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번 경기를 유상철 감독에게 바치고자 했다. 스코어뿐만 아니라 경기를 열심히 하고 끝까지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 국민, 축구계에 힘든 시간일 것이다. 다시 한 번 한국 축구계와 유상철 감독님의 유족께 진심으로 유상철 감독의 명복을 빈다고 전하고 싶다"고 다시 한 번 고인을 추모했다.
스리랑카전은 온전히 유상철 감독에게 바쳐진 경기였고,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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