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심리학은 수행의 친구에요

한겨레 2021. 6. 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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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수행자가 현대 심리학을 배우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심리학은 자아를 더 건강하게 행복하게 하는 거라면, 불교는 자아가 없다는 것을 깨우치는 겁니다.

심리학은 증상을 일일이 다루는 것이라면, 불교는 모든 증상의 원인인 마음의 본질을 다루는 겁니다.

이 생만 포함하는 심리학의 한계는 불교의 마음공부로 채워지고, 불교 수행자의 영적 우회를 잡아주는 것이 심리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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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용수스님의 티베트불교 향기]

사진 픽사베이

불교 수행자가 현대 심리학을 배우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수행으로 체험한 것이 이론으로 정리가 되지요. 자신을 더 깊이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이유는 심리학의 이론으로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만 6살까지 새로운 삶의 강렬한 경험을 감당하기 위해 신경증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심리학에선 말합니다. 생존하고 고통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취약한 면을 무의식으로 밀어낸다고 합니다. 이것이 성인이 되면 부작용을 낳아요. 자신의 일부를 부인하기 때문에 분리감을 느낍니다. 자신과의 갈등으로 항상 뭔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요. 그림자(무의식)에 숨겨놓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나게 하고 밝힐 때 자신과 하나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하나가 되지 못하는 건 평생 자신의 취약점을 피하기 위한 신경증의 구조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취약점이 드러나려 할 때마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목숨을 보호하는 아이의 두려움이죠.

불교에서는 신경증 구조를 ‘업’이라고 하며, 이 생뿐만 아니라 세세생생 쌓여온 습관적인 마음이라고 합니다.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색’(色)이 바로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생각과 감정을 의미하며, 이것으로 삶의 경험이 만들어집니다. 심리학은 나타나는 현상을 더 좋게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불교는 나타나는 현상의 공한 본질을 깨우치는 겁니다. 심리학은 자아를 더 건강하게 행복하게 하는 거라면, 불교는 자아가 없다는 것을 깨우치는 겁니다. 심리학은 증상을 일일이 다루는 것이라면, 불교는 모든 증상의 원인인 마음의 본질을 다루는 겁니다. 심리학은 발달의 길이며, 불교는 실현의 길입니다. 심리학은 분리된 자신과 합일하는 것이라면, 불교는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우치는 겁니다. 심리학은 색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불교는 색의 실상을 다룹니다. 심리학과 불교 수행의 목적과 결과는 유사합니다.

심리학도 불교도 취약성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겁니다. 두려움이 있는 곳에 자유도 있어요. 공은 색에서 찾는 것처럼, 저항하고 거부하고 싫어하는 자리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어요.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올라올 때 친절하게 허용할 수 있다면 안 죽을 거라는 자신감을 체험하게 돼요. 느낌은 좋지 않더라도 감당할 수 있어요. 두려움을 피하면 그 두려움이 우리보다 더 크게 느껴지지만, 몸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면 우리가 두려움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돼요.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면 참본성을 경험하게 돼요. 현상을 비춰주지만 오염되지 않은 마음의 본성을 체험합니다.

우리 안에 아픈 어린아이가 있어요. 그 아픈 아이를 불친절하게 대해왔어요. 그 아픈 아이를 부인하거나 바꾸려고 했어요. 자신을 바꾸려고 할 때마다 자신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쳐요. 자신이 다르기를 바라는 것은 자신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족함이 없는 자신의 참본성을 부인하는 겁니다.

수행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는 겁니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자신을 받아들일 때 자신과의 갈등이 없어져요. 불교도 심리학도 길은 친절입니다.

이 생만 포함하는 심리학의 한계는 불교의 마음공부로 채워지고, 불교 수행자의 영적 우회를 잡아주는 것이 심리학입니다. 서로 일치할 필요 없이 뒷받침을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배우면 원만한 마음공부의 길이 될 겁니다.

용수 스님/세첸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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