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건물 잔해, 6차선 도로 중앙선 넘어까지 '와르르'
[경향신문]
정류장서 속도 줄이던 중…철거 작업자들 붕괴 직전 대피
소방관 140명 심야 구조 작업…매몰 사상자 더 나올 수도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의 6차로 남문로를 달리던 ‘운림 54번’ 시내버스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 속도를 줄였다. 그 순간 버스정류장 옆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버스가 콘크리트 더미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이 찍혔다.
무등산국립공원 증심사로 향하던 버스는 종점까지 정류장 7곳만 남겨두고 있었다. 낮 시간 버스 승객의 대부분은 60·70대 노인들이었다. 건물 더미에 깔린 버스에서는 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60대 추정 여성이 5명, 70대 추정 여성 1명, 40대 추정 여성 1명이었다. 숨진 남성 2명은 각각 60대와 20대로 추정됐다. 소방당국에 구조된 8명도 모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은 대형 참사는 상상하기도 힘든 사고였다. 시내버스를 덮친 건물은 학동4구역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지난 8일부터 건축물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해당지역 주택재개발사업은 학동 일대 12만6433㎡에 29층짜리 아파트 19개동 228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며 건물철거는 하청업체가 맡았다.
이날 철거작업은 건물 뒤에 쌓아놓은 흙더미 위에 굴착기가 올라가 건물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에서 작업중이던 노동자 8명은 사고 직전 이상한 소리가 나는 등 붕괴 징후를 느끼고 밖으로 대피했다. 버스는 건물 앞 버스정류장에서 속도를 줄였다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건물 더미에 깔렸다.
당초 승용차 2대도 매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CCTV 확인 결과 건물 더미에 깔리기 직전 도로에 멈춰선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보행자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국은 사고가 나자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140여명의 소방관과 구조대원을 동원해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구조작업을 진행하면서 버스에 탄 승객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당국은 8명이 중상을 입고 구조된 오후 6시30분까지만 해도 버스에 12명이 탑승한 것으로 판단했다.
4명만 더 구조하면 될 것 같았던 상황은 건물 더미에 깔려 천장과 바닥이 붙었을 정도로 구겨진 버스 뒤쪽을 수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사망자는 9명까지 급속하게 늘어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버스 탑승객은 17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국은 정확한 탑승객 수를 확인하기 위해 버스 내부의 CCTV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소방당국이 건물 잔해 제거와 수색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어 최종 구조와 수색이 끝날 때까지는 피해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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