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들 교통법규 다 지키면, 5분 걸릴 일 20분 걸린다?

김동현 기자 2021. 6. 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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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 노조, 항의성 준법 실험 "빠른배달 부추기는 회사가 문제"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모든 교통법규를 꼬박꼬박 지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배달라이더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9일 이 같은 실험을 했다. 최근 신호 위반, 난폭 운전을 일삼는 오토바이가 많아지며 단속이 강화되자, ‘근본 원인은 빠른 배달을 부추기는 업체들’이라며 이런 항의성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이 조합 소속 배달원 12명은 서울·경기·부산 등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준법 배달’을 했다. 빨간불에는 반드시 서고, 골목길 안전 속도인 시속 30㎞도 준수했다. 인도(人道) 주행과 주정차 위반도 하지 않았다. 이날 유튜브로 생중계한 배달 모습에서, 배달원들은 “예상 픽업(음식 수거) 시간은 5분인데 신호를 지키니 20분 걸렸다” “늦게 도착하니 가게 사장이 노려보며 눈치를 준다” “차선 지키며 초록불을 기다리자, 뒤에 선 우회전 차들이 경적을 울려댄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내 주요 음식 배달 서비스인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는 각각 ‘번쩍배달’ ‘치타배달’ ‘요기요 익스프레스’라는 빠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과거 논란이 일었던 ’30분 배달제'가 폐지됐다지만, 아직도 업체들은 대놓고 ‘빠른 배달’을 홍보한다”며 “소비자 칭찬은 업체가 받고, 라이더들은 사고 위험과 함께 사회적 비난까지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도 오토바이 난폭 운전을 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민모(28)씨는 “배달원들이 늦는다고 직접적인 페널티를 받는 것도 아니고, 결국 건수를 늘려서 돈을 더 벌려고 난폭 운전하는 측면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배달 일을 하는 한모(26)씨는 “다음 건, 그다음 건, 그다음 건까지 생각하다 보면 빨리 가려고 신호는 쉽게 어기게 된다”며 “라이더 중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이 없는데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습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오토바이(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건수는 2018년 26만3760건에서 2020년 55만5345건으로 2년 새 2배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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