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내버스 정류장 멈추자 '와르르'.. 폭격 맞은 듯 '아수라장'

한현묵 2021. 6. 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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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에 가스가 폭발한 줄 알았습니다."

광주 동구 학동 제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5층 상가 건물이 무너져 내린 시각은 9일 오후 4시20분쯤.

아파트 재개발을 위해 건물 철거 중에 속절없이 붕괴된 건물의 잔해가 대로변에 정차해 있던 시내버스를 덮쳤다.

사고현장 반대편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이모(56)씨는 "흙먼지로 뿌옇게 온 하늘을 덮었다"며 "몇 초 동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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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17명 사상
목격자들 "굉음에 가스 폭발한 줄"
토사·잔해 5차선 뒤덮여 먼지 자욱
"몇 초 만에 벌어진 일" 시민들 발 동동
연료용 가스 유출 추정.. 한때 긴장감
허술한 건물 가림막 등 사고 피해 키워
10일 합동 감식.. 안전수칙 준수 조사
9일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통째로 옆으로 무너지면서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를 덮치고 있다. 구조 당국은 사고 범위가 넓고 잔해가 무겁고 커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광주=뉴시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건물 붕괴 사고는 안전수칙을 지키지않고 철거해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구조 초기에 시내버스에 몇명이 탑승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폭격 맞은 듯 처참한 사고 순간

“굉음에 가스가 폭발한 줄 알았습니다.”

9일 오후 4시22분 54번 시내버스가 승객을 태우기 위해 광주 동구 학동 버스정류장에 멈춘 순간 바로 옆 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5층짜리 상가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져내렸다. 건물이 붕괴되면서 토사와 잔해가 시내버스를 완전히 덮쳤다. 시내버스는 잔해 더미에 깔려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다. 시내버스를 뒤따르던 승용차들은 급정차해 화를 면했다.

김석순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재난대응단장은 이날 붕괴 사고 현장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구청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승용차 2대는 붕괴 직전 멈춰 섰다. 시내버스만 매몰됐다”고 밝혔다. 순식간에 건물 잔해에 깔린 시내버스는 휴짓조각처럼 구겨졌고, 폭격이라도 맞은 듯 뿌연 먼지가 도로 맞은편 주택까지 덮쳤다. 건물 붕괴로 토사와 잔해는 왕복 8차선 도로 중 5차선까지 밀려들었다.
9일 광주 동구 학동 한 주택 철거현장에서 건물이 무너져 정차중인 시내버스를 덮쳤다. 사진은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고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붕괴현장 옆에는 구조된 이들의 응급처치가 진행됐고, 의식을 잃은 이들의 모습에 멀찌감치 지켜보던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사고현장 반대편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이모(56)씨는 “와르르 건물이 무너지면서 흙먼지로 뿌옇게 온 하늘을 덮었다”며 “몇초 동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내버스에 장착된 연료용 가스통이 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경찰과 소방이 주변 사람들을 모두 대피시키는 소동이 빚어졌다.
9일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연합뉴스
◆아비규환 속 구조작업

소방당국은 140명의 소방관과 구조대원을 투입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광주시소방본부는 관할소방서와 인근 5∼6개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인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이날 오후 7시쯤 시내버스에서 17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60대 여자 2명과 60대 남성 1명 등 모두 9명이 사망했다. 나머지 8명은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시내버스 매몰자를 구조하는 작업은 이날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구조 작업 초반 시내버스 전면부 차창 구멍을 통해 구조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구조 당국은 행인과 공사 관계자 등 시내버스 탑승자를 제외한 매몰자가 추가로 있는지 확인작업을 벌였다.

사망자 9명은 모두 버스 뒷자리의 승객들로 확인됐다. 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버스의 뒷좌석쪽을 잔해들이 먼저 짓누르며 무너져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를 포함한 사상자 17명은 모두 버스 승객으로 최종 확인됐다.

재개발 지역 내 건물이나 붕괴 당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경찰청은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강력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한 전담팀을 구성, 철거 건물 붕괴 사고를 수사하고있다. 현장 감식은 10일 오후 1시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진행한다.


◆왜 피해 컸나

구조 초기에 시내버스에 몇명이 탑승했는지 파악이 제대로 되지않아 인명피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났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후 3시간까지도 시내버스에 탑승한 승객을 12명으로 파악했다. 이날 오후 9시쯤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이 모두 17명으로 확인됐다. 구조 당국은 행인과 공사 관계자 등 시내버스 탑승자를 제외한 매몰자가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사고 범위가 넓은데다 잔해가 무겁고 커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에 애를 먹은 것도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됐다.

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한 ‘학동 4구역’은 광주의 대표적인 노후주택 밀집 지역이다. 주변 건물을 다 철거한 뒤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상가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건물의 철거는 이날 오전부터 시작됐는데 5층 높이 토산에 굴삭기를 올려 안쪽부터 바깥 방향으로 건물 구조물을 조금씩 부숴가며 순차적으로 철거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소방과 경찰은 철거 업체가 건물 무게를 지탱하는 부분을 먼저 철거해 불균형이 일어났을 가능성, 통상 철제기둥을 세워 건물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을 가능성, 철거된 콘크리트 잔해가 남아 수평균형을 무너뜨렸을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허술한 가림막도 무너지는 건물을 견디지 못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교수(소방방재학)는 “통상 철거과정에서 일어나는 붕괴사고는 충분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지 않거나 철거를 위해 설치한 가림막 등이 외력으로 무너지는 경우 발생한다”며 “신축공사 현장은 안전성을 철저히 따지지만 철거는 해체해서 없어지는 일회성인 부분이 있어 구조적 안정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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