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성폭행' 수사받던 직원, 열흘 넘게 해당 복지관 출근

강현석 기자 2021. 6. 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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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복지관 운동지도사
인권 기관, 직무배제 요청에
복지관은 즉각 분리 않고
열흘 넘어서야 해고 조치

[경향신문]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이 복지관 이용 여성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직원에 대해 즉각적인 분리조치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행 사실을 신고받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복지관에 ‘직무배제’를 요청했지만 해당 직원은 열흘 넘게 출근했다. 이 복지관은 광주시가 설립한 광주사회서비스원이 위탁 운영한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재활운동교실 직원 A씨는 지난달 17일 복지관을 이용하던 여성장애인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B씨에게 “바다를 보러 가자”고 불러낸 뒤 성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복지관에서 장애인들에게 운동지도를 하다 B씨를 알게 됐다.

A씨의 범행 사실은 B씨 어머니가 지난달 18일 경찰과 광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신고 당일 B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진행했다. 광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도 B씨에 대한 면담 등을 한 뒤 지난달 20일 복지관에 전화로 ‘학대의심’ 사건이 발생한 사실을 통보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기 위해 A씨에 대한 직무배제도 요구했다. 광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복지관에 지난달 20일 구두로 직원에 대한 직무배제를 요청했고, 24일 같은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면서 “직무배제 시기와 방식 등은 복지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학대 대응 매뉴얼 등에는 성범죄를 포함해 조금이라도 학대가 의심되면 해당기관은 즉각적인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광주여성장애인연대 관계자는 “이 경우에는 사안이 중대한 성범죄인 만큼 해당 직원을 복지관에 출근시켜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관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통보를 받고도 수일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복지관은 첫 통보를 받은 지 6일 만인 지난달 26일 오전에야 A씨를 재활운동교실 업무에서 배제하고 별도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과 31일에는 연차휴가도 사용하는 등 학대의심 통보가 이뤄진 이후에도 열흘 넘게 복지관에 출근했다. 복지관은 지난 2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A씨를 해고했다.

광주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당초 ‘학대의심’이라고만 통보를 받아 A씨의 입장을 확인했더니 본인이 너무 억울해했고 A씨가 진행하던 프로그램 대체 방안도 마련해야 했다”면서 “ ‘성인지 감수성’이 미치지 못해 즉각적인 분리 조치 등 처리과정이 미비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이날부터 전문가들로 ‘지도점검 조사반’을 구성해 A씨 사건에 대한 관련 기관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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