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피해자 1300여명..경찰, 성착취 피의자 신상 공개

최민지 기자 2021. 6. 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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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김영준, 여성 가장해 영상통화..나체 영상 등 찍어 판매
남성 아동·청소년 7명 모텔 등 유인..유사 성행위 촬영 유포
압수 영상 2만7000개·여성 성착취물 4만개..내일 검찰 송치

[경향신문]

경찰이 여성으로 가장해 다수의 남성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나체 영상 등을 녹화한 뒤 이를 유포·판매한 피의자 김영준(29)의 신상을 9일 공개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성폭력처벌법, 아동청소년성보호법 등 위반 혐의를 받는 김씨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심의위는 “피의자는 남성 아동·청소년 39명의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으며,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씨는 11일 검찰에 송치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11월쯤부터 체포 직전인 이달 초까지 1300여명의 남성과 영상통화를 하며 피해자들의 자위 행위 등을 녹화한 뒤 이를 유포·판매해왔다. 피해자 중 39명은 아동이거나 청소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자신의 프로필에 여성 사진을 게시해 여성으로 가장한 뒤 남성 이용자를 유인했다. 연락을 해온 남성들과 앱에서 채팅을 하다가 카카오톡 또는 스카이프로 대화를 하자고 하고는 “얼굴과 몸이 보고 싶다”며 영상통화를 유도했다. 이때 미리 확보해 둔 여성 BJ 등의 영상을 송출해 남성들의 화면에서는 김씨가 아닌 여성이 보이도록 했다.

경찰은 “김씨 자신이 직접 화면상 여성들의 입모양과 비슷하게 대화를 하며 음성변조 프로그램을 이용해 남성들이 여자로 착각하게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영상통화 도중 상대 남성들의 나체 영상 등을 녹화했다. 녹화된 영상물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판매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만든 성 관련 영상물과 교환했다. 경찰이 압수한 관련 영상은 총 2만7000여개에 달하며, 용량은 5.55테라바이트에 육박했다.

김씨의 행각은 한 피해자가 지난 4월 남성의 알몸 사진 등 불법촬영물 수천 건이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경찰에 진정서를 내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와 채팅 앱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김씨 신원을 특정해 지난 3일 주거지에서 김씨를 검거했다.

체포 과정에서 김씨가 남성들을 유인하기 위해 여성이 등장하는 성착취물 등 4만5000여개를 소지한 것도 확인됐다. 이 중에는 불법촬영물도 있다. 또한 김씨는 자신이 가장한 여성 BJ를 만나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아동·청소년 7명을 자신의 주거지나 모텔 등으로 유인한 후 유사 성행위를 하게 하고 이를 촬영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김씨의 여죄와 범죄수익 규모 등을 특정하고, 김씨가 제작한 영상을 재유포한 피의자들과 구매자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피해 남성들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김영준이 소지하고 있는 피해 영상이 저장된 매체 원본을 압수해 폐기 조치하겠다”며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에 피해 영상을 모두 업로드해 인터넷에 유포된 내역을 확인한 후 여성가족부 등과 협업해 삭제·차단하겠다”고 했다.

지난 4월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제2의 n번방 사건인 불법촬영 나체 영상 유포 사건 관련자의 처벌과 신상공개를 요구한다’는 청원에는 9일 기준 22만여명이 동의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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