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배웠다" 광주 병원서 대리수술 의혹

"의사없이 환자 수술" vs "사실무근"
인천 이어 또..의협 "확인 후 고발"

인천에 이어 광주의 척추 전문병원에서도 대리 수술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의사 내부고발 "간호조무사에 수술 배우기도"

광주 A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을 내부 고발한 의사 B 씨는 오늘(9일) A 병원이 개원 초기부터 대리 수술을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병원은 2002년 수도권 병원의 프랜차이즈 병원 형태로 개원해 진료와 수술 등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 씨는 개원 초기 신경외과 의사가 3명에 불과해 그 빈자를 서울 등에서 스카우트한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인력)로 채웠다고 설명했습니다.

PA는 의료진의 수술을 보좌하는 간호사나 무자격자들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나 의료 면허가 없는 간호조무사의 의료 행위는 불법입니다.

B 씨가 경찰에 제공한 동영상과 수술기록 자료 등에 따르면 A 병원에서 2018년에 간호조무사들이 대리 수술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포착됐습니다. 영상에는 병원의 내의공학과 소속 PA 간호조무사들이 의사가 배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의 수술 부위 피부를 봉합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이외에도 B 씨는 척추뼈 절개, 디스크 제거, 나사못 고정 등 핵심적인 수술 행위까지 간호조무사가 대신 진행한 비공식 수술 관련 기록을 제공했습니다.

A 병원에서 수술방에 들어가는 간호조무사들은 병원 내 의공학과 소속 PA 직원들로, 본래 간호조무사는 의료기구를 관리하고 환자를 옮기는 등 수술 전후 준비 과정을 돕는 임무를 수행하나 해당 병원에서는 의사들과 같은 수준의 처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 씨는 "A 병원의 PA 중에는 의료 지식이 전무한 일반 직원으로 입사한 후 선배 PA들의 대리 수술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학원에 등록해 간호조무사 자격증만 딴 이들도 있다"며 "대리 수술이 워낙 상습적으로 이뤄져 '의사가 어시스트고, 간호조무사(PA)가 주치의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하곤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문의를 따고 바로 병원으로 온 경험이 부족한 수술 의사 중 일부는 간호조무사의 수술을 옆에서 지켜보고 배우기도 했다"며 2016년쯤 의사 한 명이 수술 교육을 전담하면서 이같은 관행이 중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병원 측 "10년 넘게 수술방 안 들어온 의사"

이러한 논란에 A 병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습니다. 병원 대표원장은 "대리 수술행위가 없었다는 건 반복해서 밝힌 입장"이라며 "행위 자체가 없었는데 의사들이 간호조무사들에게 수술을 배웠다는 주장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그는 B 의사가 병원 측과의 갈등으로 10년 넘게 수술방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병원 측은 "경찰 수사가 시작된 만큼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B 의사의 허위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경찰은 A 병원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6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인천과 광주에서 연달아 대리 수술 정황이 드러나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사실확인 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협은 지난달 대리 수술 의혹이 제기된 인천 척추 전문병원 대표원장과 의료기관 관계자들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고 대표원장을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한 바 있습니다.

[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 jejuflower@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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