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軍 부실대응 한목소리 질타 "여군이 술자리 꽃인가"
"피해자·가해자 격리조치 안 해..국가권력에 의한 타살"
"지휘관들 젠더인지 부족..장관부터 성인지교육 받아라"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여야는 9일 성추행 피해 신고를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 이모 중사의 사건과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를 긴급 소집하고 군의 안이한 기강과 대응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초동보고 묵살, 피해조력 및 보고미흡, 가해자 분리조치 미흡, 군 소극적 수사, 피해자 회유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항들은 남성 중심의 병영문화 폐습,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을 보여준 우리 군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며 "먼저 군 지휘부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고, 아직도 상존하는 병영문화 폐습을 위한 척결 방안, 군대 성폭력 관련 대응시스템 예방을 위한 교육제도, 부대 지휘관이 예속된 군수사의 사법절차 및 조직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국방부에 주문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 중사의 부친이 '1000만∼2000만원에 합의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국선변호인으로부터 전달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를 받으셨나"는 성 의원의 질문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향후 수사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 의원은 이 중사가 가해자 측으로부터 회유와 합의 종용 등을 받은 것을 두고 "국가권력에 의한 타살"이라며 "업무 매뉴얼을 보면 가해자를 정확하게 격리하라고 조치되어 있는데 군사경찰이 안 한 것 아닌가.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민주당의 권인숙 의원은 "성희롱·성폭력 사건에 대한 2차가해 비율이 50%가 넘는데도 성폭력 묵인·방조로 군에서 징계는 한번도 없었다. 이러니 여군을 동료 전우라 생각하지 않고 '술자리 꽃'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적정한 여성변호인이 없으면 여성가족부를 통해 성폭력피해자무료법률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고, 육군에서는 그 (활용)사례가 여러 건 있는데 이 제도를 (공군에서도) 알고 있나"라고 묻자, 정상화 공군참모차장은 "모르고 있었다"고 실토했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여중사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자기 남편이 근무하는 부대에 와서 자살했겠느냐"며 "지휘관이 신상에 미칠 불이익을 고려해서 전부대력을 동원해 은폐·회유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니 피해자는 해명할 길이 없는 것이다. 이 기회에 군내 수사와 법원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군검찰이나 군법원이 지금 상태로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여당 소속 홍영표 의원은 "가해자·피해자 분리도 실패고, 2차피해방지도 이행하지 못했고, 부실수사 등 전체적인 것을 보면, 장관이라면 대한민국 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넘어서서 분노했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홍 의원은 북한의 도발 시 국방부 장관은 실시간 보고를 받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군의 인권 문제나 성추행, 성폭행 관련 문제들도 똑같이 다뤄져야 한다"고 서 장관에 주문했다.
같은 당의 기동민 의원은 "경우에 따라서 장관들도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면서 "성역없이 수사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위고하를 막론한 엄벌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국방부 보고 중에 피해자가 두달 동안 청원휴가를 나가서 마치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분리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대장이 성폭력 상담 등 군경찰 조사에 대비해 관사에 남아있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고, 그래서 2개월 청원휴가를 신청을 했는데 실제 두달 중에 50일 정도 관사에 있었고, 이 관사에 있는 동안 상당한 괴롭힘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1차적으로 성범죄이지만 이 중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사후의 괴롭힘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강대식 의원은 "오늘 북한선전매체가 우리 군의 부실급식문제, 성비위 사건을 뭐라고 표현한 지 아시는가? 노예적 생활, 정신·육체적 압박이라는 단어까지 북한에서 썼다"며 "인권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폐쇄된 이런 북한한테까지 조롱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지금 현실을 통탄을 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야권 일각에선 대통령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현 정권이 국정운영5개년계획의 1번과제로 적폐청산을 위해 군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하고 군내 성폭력 문제를 적폐로 지목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이번 공군 여부사관 사망 사건을 보면서 이 문제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자 권한을 부여받았는데 5년 동안 상당히 군을 무력화 또 군 정신·전력을 해이하게 만든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한기호 의원은 "적폐청산한다고 대통령과제로 만들어서 추진하면서 형식적이고 그리고 실제로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 적폐청산한 것 아닌가. 국방부는 적폐청산이 완전히 실패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군내 성폭력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책과 주문도 쏟아졌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유사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 군은 민간군합동TF를 가동했고 거기에서 제도 개선을 많이 이루었지만, 이번 사건 같은 경우도 제도가 미비해서 터진 것이 아니라 지휘관들의 젠더인지에 대한 인식의 부족, 학습의 반복, 메뉴얼에 따르지 않는 미행동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은 "군대에서 오랫동안 복무했는데 연금문제도 있고 해서 온정적으로 처벌되는 경우들이 꽤 많이 발생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사건이 다시 재발될 가능성이 조금 높아진다. 이번에 아프더라도 사건을 방조하거나 은폐하거나 어떤 이유로든 관여한 사람을 엄중히 처벌함으로써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주변 관계자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소홀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부대장의 능력을 보는 부대관리에 있어서 사건이 안 일어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부대지휘관은 사건을 은폐하는 유혹에 빠진다"며 "피해자, 가해자, 군사경찰, 군검찰, 군사법원 모두가 지휘관의 통제를 받고 있어서 평정평가를 받기 때문에 지휘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법개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군에서 지금 현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지휘관한테 훨씬 더 유익하다라는 그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결조건"이라며 "지금 이런 문제를 또 은폐했을 때는 그 지휘관이 오히려 손해나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도 군내 성폭력 사건 수사를 외부기관에 의뢰하는 방안과 군사법원·군검찰·군경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주문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여군이 늘어나면 성폭력 관련 사건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병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방법은 성인지교육을 강화해서 국방부 장관을 필두로 전 장병들에게 성인지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은 "하급자들의 상급자에 대한 익명평가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등으로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매우 송구하다"며 "국방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 장관은 "국방부에서 본 사건을 이관하여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회유·은폐 정황과 2차 가해를 포함, 전 분야에 걸쳐 철저하게 낱낱이 수사하여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며 "또한 군내 성폭력 사건 대응 실태와 시스템을 재점검하여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각군 총장의 부실한 답변이나 불성실한 태도도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군 장성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수사는 못해도 보고를 준비 안 하고 나오시냐. 그냥 날짜를 모르면 '수사중인 상황이다' 그러니까 은폐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며 "이렇게 하니까 자꾸 국방부에 신뢰를 안 하고 다른 상상을 하고 국민들이 정부를 못믿는 것 아닌가"라고 꾸짖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소속 여성 의원들은 국회 국방위 회의실 앞에서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 실시와 서욱 국방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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