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팀선배가 폭행" 제보.. 컬링 연맹은 팀에 셀프조사 맡겼다
남자 컬링 선수가 과거 같은 팀 선배에게 수차례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사건이 대한컬링연맹에 접수됐지만, 연맹이 진상 조사를 가해자의 소속팀인 경북체육회에게 맡긴 사실이 드러났다. 다가오는 동계올림픽을 위해 성적을 내야 하는 경북체육회가 주축 선수인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후배 A와 선배 B는 2015년 경북체육회 남자 컬링팀 소속이었다. A는 같이 훈련하던 중 화를 참지 못한 B에게 폭행을 당했다. 폭행 정도에 대해 둘의 진술은 엇갈린다. A는 2015년 훈련 당시 폭언과 함께 주먹으로 머리를 맞았으며, 눈이 찔리는 등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 입장은 ‘훈련 중 화를 참지 못하고 한 차례 때렸고, 그 뒤 여러 차례 사과했다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그 뒤 A선수는 팀을 옮겼다. B선수는 지금도 경북체육회에 남았다.
A 선수는 올해 중반 피해 사실을 연맹에 알리려 했다. 컬링연맹은 이 사실을 지난달 4일 소식통을 통해 알게됐고, 스포츠 공정위원회에게 보고해 곧바로 정식 조사에 착수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A, B선수는 정식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한 진술서를 연맹에 제출했다.
그런데 컬링연맹은 엉뚱하게도 지난달 24일 두 선수에게 받은 조사 문건을 고스란히 B 선수가 소속된 경북체육회로 내려 보냈다. 경북체육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한 뒤 징계 절차를 밟으라는 의도였다. 현재 경북체육회는 B 선수에 대한 지난 4일 재조사를 마쳤고, A 선수 소속팀에 재진술을 해달라는 업무 협조 요청을 해 둔 상태다.
경북체육회는 국내 남자 컬링팀 중 1~2위를 다투는 팀 중 하나고, B 선수는 팀의 주력 중 하나다. 경북체육회는 다가오는 22일에 한국컬링선수권 대회에 출전한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 기회를 잡을 남자대표팀을 선발하는 대회다. B 선수의 징계 수위에 따라 대회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경북체육회가 A선수에게 폭행 수위에 상응하는 징계를 하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연맹은 지침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연맹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선수에 대한 징계권은 경북체육회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왜 처음 조사를 하다 이관했느냐’는 질문에는 “진상 파악을 해놓고 연맹이 나서기 위해서였다”며 “연맹의 잘못이 아예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잘못된 점은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또, “경북체육회 조사 중에도 선수의 어려움을 달래기 위해 예의주시했다”고도 했다. B 선수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선수권 대회 선수 등록을 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링연맹은 과거에도 폭행 파문을 겪은 바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 김경두 전 컬링연맹 부회장의 갑질과 폭언·폭행 의혹이 일었다. 당시 피해자였던 당시 국가대표 여자컬링팀 ‘팀 킴’은 현재 강릉시청으로 팀을 옮긴 상태다. 그 뒤 김용빈 컬링연맹 회장은 지난 3월 부임하며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꾼다는 예전 모 회장의 말처럼 연맹은 모든 걸 다 바꿀 생각”이라며 혁신적인 개혁을 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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