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용구 폭행, 서초서 부실 수사"..윗선 개입은 못 밝혀

박채영·유희곤 기자 2021. 6. 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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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진상조사단 발표

[경향신문]

강일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택시기사 폭행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랙박스 영상 삭제 요구 혐의로 이용구를 검찰에 송치
“일선 경찰서의 중요 내사 사건, 국가수사본부에서 지휘”

경찰이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57)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인정하고, 앞서 단순 폭행으로 사건을 매듭지은 서울 서초경찰서의 부실 수사를 인정했다. 그러나 4개월 넘게 진행된 수사에서 이 전 차관이 경찰을 상대로 청탁을 하거나 외압을 행사한 사실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 전 차관 사건을 내사종결한 이면에 경찰 ‘윗선’의 개입도 없었다고 밝힌 가운데 이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에서 새로운 내용을 밝혀낼 경우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1월 택시기사에게 특가법을 입증할 핵심 물증인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혐의로 이 전 차관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증거인멸을 실행한 택시기사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되, 폭행사건 피해자이고 가해자 요청에 따른 행위인 점을 감안해 참작 사유를 첨부하기로 했다.

또 경찰은 이 전 차관 사건을 담당한 서초서 수사관(경사)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은 해당 수사관이 이 전 차관의 차량 운행 중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동영상의 존재를 알았음에도 상급자들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상급자인 형사팀장과 형사과장에 대해서는 혐의 규명이 명확지 않아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찰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서초서장을 상대로는 지휘·감독 소홀 책임을 물어 감찰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 조사 결과 서초서는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의 신분을 사건 초기부터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서초서장은 언론 보도 이후 진상 파악 과정에서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임을 알았음에도 ‘평범한 변호사로 알았다’고 보고한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부실 수사에 윗선 개입이 없다고 결론내린 것은 이 전 차관이 청탁하거나 외압을 행사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일인 지난해 11월6일부터 사건을 내사종결한 같은 달 12일까지 이 전 차관이 전·현직 경찰관과 통화한 내역이 발견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전산시스템에 사건 처리 결과를 입력한 지난해 11월16일까지의 이 전 차관 휴대전화 수·발신 내역 447건에 대한 조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경찰이 유력한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의 신분을 알고 ‘셀프 봐주기’를 했다는 의심은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는 이 전 차관 사건 전반을 검토하면서 내사종결 처리 과정에서 경찰 윗선의 개입이 없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 진상조사를 이끈 강일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은 이날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의 부적절한 처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경찰은 재발방지 차원에서 일선 경찰서에서 취급하는 중요 내사 사건을 시·도경찰청을 거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보고해 지휘를 받도록 했다. 현재 ‘수사 전 단계’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내사’라는 용어도 ‘입건 전 조사’로 바꾸기로 했다. 경찰은 이 전 차관 사건처럼 입건 전 조사 과정에서 최초로 적용한 죄명을 바꾸려는 경우 팀장이 아닌 과장(수사부서장)이 결재하도록 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부실 수사의 형사적 책임을 서초서장 등 지휘 라인에게 묻지 않고 사건 담당자인 수사관에게만 지운 것”이라며 “부정한 청탁도, 외압도 없었고 그저 수사가 부실했을 뿐이라는 경찰 입장을 곧이곧대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채영·유희곤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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