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없는 감사원에..국민의힘, 부동산 조사 의뢰 강행
당내서도 "귄익위가 조사"
공 받은 감사원은 '난색'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감사원에 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공식 의뢰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국회의원 조사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다른 야당까지 나서 “사실상 전수조사를 포기한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강민국·전주혜 원내대변인은 9일 감사원을 방문해 소속 의원 전원(102명)의 부동산 투기 여부를 조사해줄 것을 의뢰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독립적·중립적 기관에 조사를 맡김으로써 공정성을 담보하고,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갖고 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감사원의 조사 권한 논란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당만 합의하면 감사원의 감사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국회 소속 공무원은 제외되지만, 법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작 감사원은 난색을 표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통화에서 “감사원법 제24조는 감찰 대상 및 감찰 대상 제외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법에 근거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출신 전현희 전 의원이 위원장인 국민권익위원회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민주당과 똑같은 잣대로 검증하면 국민의힘에서도 몇몇 의원들의 출당이 불가피하고, 이 경우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삼권분립 원칙상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이 입법·사법부 공무원을 감찰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국민의힘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감사원 의뢰를 두고 “국민을 바보로 보시느냐. 지금 장난하시느냐”고 꼬집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TBS 라디오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국민의당 등 5개 정당은 이날 권익위에 소속 의원 14명 전원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에 대한 부동산 조사를 의뢰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당권 주자인 조경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권익위에라도 조사를 의뢰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추 원내수석은 “감사원에서 가부 입장이 있고 난 이후에는 어떠한 방식이라도 철저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김유진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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