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바다 우리가 지킨다"..'함정 최후 보루' 만들 주인공은?

부산=최민경 기자 2021. 6. 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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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 CIWS-Ⅱ 모형/사진=최민경 기자

"해양 방위를 책임지던 네덜란드의 골키퍼는 이제 단종 됐잖아요. 유럽, 미국 등 군사강대국에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를 레이저 함포로 대체하면서 이를 제작하는 해외업체가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이번에 한국에서 CIWS-Ⅱ를 만들게 되면 해외 수출까지 노릴 수 있습니다."

9일 찾은 부산 '국제 해양방위사업전(MADEX)'에선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근접방어무기체계(CIWS)-Ⅱ 입찰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CIWS는 '함정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무기다. 함정의 다층 방어막을 뚫고 고속으로 날아오는 미사일과 소형수상함정 등 적의 위협을 함정의 최종단계에서 방어한다.

이전까지 우리 해군은 CIWS로 네덜란드 탈레스의 골키퍼와 미국 레이시온의 팰렁스를 운용해왔다. 그러나 골키퍼가 단종되고, 팰렁스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국산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팰렁스의 경우 미국이 관련 기술 이전을 거부하고 있어 창정비도 현지에서 직접 수리해야 한다. 적기에 수리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비용 부담도 크게 올라간다.

이 때문에 군에선 총 사업비 3200억여원을 들여 2030년까지 체계 개발과 CIWS-Ⅱ 5대를 양산하기로 했다. 경항공모함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호위함(FFX-Ⅲ) 등 해군 최신 함정에 탑재된다. 지난해 KDDX 전투체계 입찰에 이어 이번에도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맞붙었다. 이르면 오는 8월 초까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CIWS를 제작하던 해외 업체들이 미래전을 대비해 레이저 함포로 갈아타면서 이번에 CIWS-Ⅱ를 수주한 업체는 해외 수출까지 노릴 수 있다.

LIG넥스원 CIWS-Ⅱ 모형/사진=최민경 기자


이날 전시회에서 LIG넥스원은 실물 크기의 CIWS 모형을 선보였다. 높이와 너비가 2m 이상인 거대한 모형이었다. AESA(능동위상배열레이다) 5개가 장착된 형태다. 가운데에 1분에 4200발을 쏠 수 있는 개틀링포(Gatling gun)이 장착됐고 바로 위엔 EOTS(전자광학추적장비)가 부착됐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네 개의 면에 수색용 AESA 레이더가 평면으로 탑재됐고 맨 위엔 목표물의 위치를 시시각각 추정하는 추적용 AESA 레이더가 솟아있었다. 기계식 레이더 대신 AESA 레이더를 탑재한 것을 제외하면 기존 CIWS와 모양이 거의 같았다.

한화시스템은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했다. 가운데 개틀링포를 중심으로 좌측에 EOTS를 부착하고 바로 위에 추적용 AESA레이더를 장착했다. 맨 꼭대기엔 수색용 AESA레이더 4개를 한 데 모아 장착했다. 지난해 한화시스템이 수주한 KDDX 통합마스트를 연상시키는 형태였다.
양사 모두 AESA 레이더 기술을 강조했다. CIWS-II는 교전 특성 상 근접방어를 위한 첨단 레이더 기술이 필요하다. AESA 레이더는 기존 CIWS에 탑재된 기계식 레이더 보다 목표물 탐지 성능이 뛰어나고 정보처리 속도는 1000배 가량 빠르다. LIG넥스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력화된 면배열 AESA 레이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해당 레이더는 LIG넥스원의 대포병탐지레이더Ⅱ에 적용됐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초 전투기용 X밴드 AESA 레이더를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하고, 지난해 8월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시킬 AESA 레이더 시제 1호기 출고에 성공했다. AESA 레이다 기술은 현재 한국형구축함(KDDX)의 X밴드 다기능레이다(MFR)에 그대로 반영돼 개발 중이다. CIWS-II의 핵심 센서로도 적용될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에선 실제 AESA 레이다 입증시제를 전시했다. 입증 시제는 1000개의 채널 안테나로 구성됐는데 1000여개의 작은 송수신 통합 모듈을 전자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넓은 영역의 탐지, 다중 임무 수행, 다중 표적과 동시 교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LIG넥스원은 현재 운용 중인 CIWS 골키퍼 창정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밀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 2016년 방위사업청과 골키퍼 창정비 계약을 맺고 네덜란드 탈레스사에 기술 인력을 파견해 정비 기술과 경험을 익혔다. 지난해 9월에는 창정비를 거친 골키퍼의 항해 수락시험을 마쳤다. 항해 수락시험은 정비품을 전투함에 장착한 후 해상에서 진행하는 시험이다. LIG넥스원은 골키퍼 창정비 사업을 통해 확보한 전문인력과 정비시설, 기술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 향후 CIWS-Ⅱ 사업의 국내 연구·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전투체계 명가'라는 점을 내세운다. CIWS-Ⅱ는 각종 센서 및 무장 등이 결합된 복합무기체계로 체계통합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레이다·EOTS·함포를 통합해 실시간으로 적을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소규모 전투체계'로 여겨진다. 한화시스템은 CIWS-Ⅱ를 기존 전투체계와 연동하는 함정통합에 유리하단 입장이다. 한화시스템은 30여년간 90여척의 전투체계 전력화 실적을 가졌다. 이날 한화시스템은 다기능레이다(MFR) 및 적외선 탐지추적장비(IRST)를 통합한 복합센서마스트와 연동되는 최신 전투체계인 '울산급 Batch-Ⅲ' 전투체계를 전시했는데 이를 CIWS-II 개발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LIG넥스원은 국내 최초로 CIWS-II 전용 사격통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단 점도 강조했다. 근접무기방어체계(CIWS-II)의 표적이 될 함대함 유도무기에 대한 기술력은 물론 CIWS-II와 매우 유사한 방어 무기체계인 RAM 유도탄 및 대함유도탄 방어유도탄(해궁)을 개발한 기술력도 보유했단 것이다.

한화시스템 CIWS-Ⅱ M&S(Modeling&Simulation)체계/사진=최민경 기자


한화시스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사격제원계산장치 개발 기술을 국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전시에선 고성능 사격능력이 검증된 전투체계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CIWS-Ⅱ M&S(Modeling&Simulation)체계'를 볼 수 있었다. CIWS가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선 자동화된 탄착수정기술과 탄착 수정 오차를 줄이는 고정밀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한화시스템의 M&S는 정교하게 탄착 오차를 줄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각자의 강점이 있어 누가 수주할 거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으로 해외 수출까지 대규모 수주를 노릴 수 있는 사업인 만큼 양사가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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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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